공개적인 인생, 개인적인 삶,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생활..

한 개인 개인마다 이렇게 세 가지의 삶이 있으며, 현대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이 이 모든 것을 은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것이 잠금 해제되어 그 민낯들이 낱낱히 공개되었을 때, 가장 소중했던 관계가 어떻게 순식간에 위험한 관계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미 완벽한 타인일 것이라는 불편한 전제를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상대방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러한 심리의 이면에는 아마도 단순한 호기심, 혹은 상대방에 대한 의심, 그리고 타인의 어두운 일면을 확인하고 부각시킴으로써 시기심과 질투심을 해소하고 자신의 행복감을 상승시키려는 그릇된 보상심리가 저변에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노골적이거나 혹은 교묘하고도 은근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의 불편한 부분이나 부정적인 일면을 노출시키면서 자신의 그릇된 희열을 충족시키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호기심과 의심,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그릇된 보상심리를 저변에 숨겨둔 이러한 창작 모티브는 '완벽한 타인'은 물론 이 영화와 비슷한 제목의 원작과 외국 리메이크 작품들 역시 동일하다.

여기에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현대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에 종속되어버린 현대인에게는 가식적 관계의 유지가 오히려 표면적인 행복과 일상의 평온함을 위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자화상의 복선을 씁쓸히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소중한(?) 관계라고 해서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공유하고 이해해야만, 진실되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국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의 영역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서로의 암묵적 무관심과 회피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설령 그것이 쇼윈도우 관계로 끝나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휴대폰을 이용한 사생활 진실게임(잠금 해제를 통한 모든 메세지 공유하기)은 위험천만한 불장난 그 이상도 아니다. 특히 친밀하게 지내온 사이일 수록 그 부작용은 더욱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어째서 이런 위험한 게임을 하게 된 것일까?

이 게임을 하게 된 촉매는 바로 이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 즉 등장인물 대화 중에 등장하는 '순대'라는 또다른 친구가 핸드폰 문자메세지로 인해 들통난 불륜 사실로 패가망신한 파국의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기 때문인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제일 먼저 이 게임을 제안한 사람은 바로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제공하는 집들이 공간의 안주인인 예진(김지수)이다.

  

바로 이부분에서 예진이 이러한 게임을 제안한 동기와 심리상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듯 하다.

예진은 럭셔리하고 쿨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로서 가슴 성형 전문의 남편 석호(조진웅)의 아내이며, 그녀 역시 정신과 의사이면서 금수저 출신으로 부유한 배경을 자랑하는 시니컬한 미시이다.

남편 이외의 의사에게 수시로 가슴 성형을 받을 정도로 여유있는 삶을 보유하고도 불만이라면 조기 출산한 자신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동딸이다.

이처럼 다른 친구 커플들에 비해 결코 부족한 것 없이 성공한 인생의 히로인이 어째서 타인의 사생활이 궁금했을까?

  

  

 

일단 예진은 극중에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장 이해심이 많고 인격적 하자가 거의 없는 석호를 남편으로 두고 있다.

극중에서 그가 가진 유일한 비밀은 부동산 투자 사기를 당한 것과 아내 몰래 다은 의사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럼에도 예진은 불구하고 남편의 친구 중에서 가장 인간말종으로 여겨질만한 바람꾼 준모와 깊은 불륜관계에 있다.

아마도 예진은 '착한 남편 + 나쁜 불륜상대 = 완벽한 만족', 즉 대척점에 있는 영역까지 모두 만끽하고자 하는 극단의 이기주의자로 묘사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예진은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반에는 '남의 불행 = 나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그 방법이 바로 휴대폰 문자메세지 공개 게임, 즉 사생활 진실게임을 통해 타인의 치부를 보고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예진은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도 추악한 비밀의 대상이 바로 눈앞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준모이기에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 걱정은 없다.

즉, 자신에게는 유리하고 남들에게는 매우 난처한 불공정 게임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영화 완벽한 타인의 결말은 이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이러한 게임을 하지 않았으며, 집들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각각의 커플들은 즐거웠던 모임의 시간을 계기로 오히려 서로에게 더욱 애틋하게 다가가는 관계의 진전까지 이루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모두 지켜본 관객들이야말로 그들의 감춰진 비밀의 방을 낱낱히 알게 된다. 

결국 게임의 승자는 관객이다.

 

하지만..

과연 꼭 그렇기만 한 것일까?

관객들은 이러한 결말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이 모든 양극단의 모습들을 통해 인지부조화와도 같은 씁쓸한 여운만을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현실 속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어쩌면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왔던 이의 핸드폰을 한동안 응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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