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층 계급 격차 희비극을 담은 풍자, 스릴러, 코미디의 진수
봉준호 감독의 또 하나의 역작이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작품 기생충은..
계급 격차에 대한 분노와 불평등의 사회적 의식이 스며있는 드라마적 감성에 풍자와 코미디, 그리고 스릴러적인 요소를 두루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흡인력과 엔딩부까지 유지되는 몰입감으로 인해 희비극의 잔상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秀作)입니다.
- 사회계층 피라미드 최상층부를 묘사한 박사장의 집
- 빗물이 밀려들어오면 금세 물바다가 되어버리는 기택이네 반지하 쪽방집
- 그리고 가장 밑바닥 소외 인생의 근세가 숨어 살고 있는 지하벙커와도 같은 박사장 집 패닉룸
- 박사장 집에서 기택이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계단들
영화 '기생충'은 이처럼 상징적 대비를 극명하게 묘사함으로써 오를 수 없는 오래된 나무 사다리에 기생하는 곰팡이처럼, 또는 건강한 숙주의 몸속에 숨어들어 살아가는 기생충의 개연성을 연상시키도록 만드는 연출 기법이 매우 뛰어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대사 속에서는 계층 간에 존재해야 하는 일종의 경계선상이 등장합니다.
그 선을 넘는 순간이란 바로 숙주가 기생충으로 인한 불편한 이물감을 감지하여 기생충을 제거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되는 순간이고, 이는 곧 기생충에게는 생존을 위협당할 만큼의 매우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때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생충으로 묘사되는 기택이 네와 근세 부부는 모두 숙주인 박사장 가족에 대한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장은 기택을 두고 "냄새가 선을 넘으려고 한다"라는 말로써 불편을 감지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숙주의 몸에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기생충들이 충돌했을 때 한 몸에서 공존공생이 불가능한 이 두 종류는 생존을 위해 한쪽이 사라질 때까지 싸우게 되겠죠.
기택이네와 근세네의 사활을 건 충돌이 바로 그것입니다.
숙주와 기생충, 그 위험한 공존의 경계선상
그러다가 자칫 숙주가 죽어버린다면,,?
기생충들 역시도 이내 소멸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기생충들은 필요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절대 숙주를 먼저 죽이지 않습니다)
숙주가 죽어버렸을 경우 기생충 중에서 운 좋은 일부 개체는 다른 숙주에 옮겨가 생존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기택이가 죽은 박사장 집 패닉룸(지하밀실)으로 다시 숨어들어 새로운 숙주인 독일인 가족들이 입주한 상태에서 또다시 기생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 그럼 이제 이 영화의 엔딩 후에 관객 자신이 향하는 의식의 시점은 어디일까요?
- "냄새가 선을 넘는다"는 박 사장의 말에 반발심이 생기면서도 비가 와도 침수되는 집에 살지 않기 때문에 안도하고 있는 쪽일까요?
- 경계를 넘어오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는 집주인과 같은 존재일까요?
- 아니면, 그저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공간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경우일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어떠한 시선도 왠지 씁쓸한 여운만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생충은 부주의한 경로를 통해 감염되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에서 사회계급 피라미드 상층부에 존재하는 박사장 가정은 정작 하층에 속하는 기택의 가족과 문광 등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을 넘지 않았을 때의 경우입니다만)
그러나 너무도 많은 외부인에게 검증과 피드백 없이 자신의 라이프 시스템을 위탁했고,,
이는 어쩌면 마치 부주의하게 너무 많은 종류의 기생충 감염경로를 오픈한 것처럼 자신의 생존마저 위협받으며 모두가 처절한 불행으로 막을 내리게 하는 결과를 야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관점들을 전제로 봉준호 감독의 이번 작품 '기생충'의 처참한 결말은 너무도 강렬한 잔상의 여운으로 남게 되었으며,,
역설적으로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연출력에 의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는 또 하나의 秀作으로 평가받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 장르 : 코미디,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
- 감독 : 봉준호
- 등장인물 : 송강호(기택), 장혜진(충숙), 이선균(박동익), 조여정(연교), 최우식(기우), 박소담(기정), 이정은(문광), 박명훈(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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