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여우'는 영국에서의 '여우'와는 같은 종이라도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아마도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구미호' 전설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토종여우
오래전 인기 방송 프로그램 중에 '전설의 고향'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굉장히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으로서 이른바 한국판 '환상특급'이었죠.
이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끌었던 소재는 바로 '구미호' 전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방송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탤런트 '한혜숙' 씨가 구미호의 원조 배역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후 여러 유명 여배우들이 역대 구미호 캐릭터 배역을 맡아 연기한 바 있습니다)
천년 묵은 여우가 한 남자를 사랑해서 아름다운 여자로 둔갑하여 민가로 내려와 흠모하던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자신도 인간이 되기 위해 천일 동안 인간의 간을 먹지 않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내던 중 결국 인간이 될 수 있는 단 하룻밤을 남겨둔 마지막 날, 약속을 저버린 인간(남편)의 배신으로 인해 다시 여우가 되어 버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소 고전적인 스토리였지만, 특유의 괴기스러운 분장과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여름철 납량특집용 공포물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동물인 구미호, 즉 여우는 비단 전설의 고향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둔갑하는 요사스러운 동물로 많이 회자되어 구전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옛날에는 울창한 숲을 지닌 산악지대인 한반도에서 널리 분포하며 민가와 가까운 곳에서 서식하던 동물 중 하나가 바로 여우였습니다.
여우는 쥐나 닭과 같은 작은 동물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민가 주변에서 많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간에는 여우가 단 것을 좋아해서 감이나 배 같은 과수원 과일을 훔쳐 먹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한국 토종여우 복원 노력과 자연 개체의 존재성
'전설의 고향에서의 구미호와 달리 여우는 진돗개 보다도 몸집이 작고 성체의 몸무게가 10kg 미만이어서 사람을 해치기는커녕 늑대와 달리 동네 개들에게도 쫓기는 신세였습니다.
사람들도 여우를 늑대와 함께 야생에서 사는 작은 개처럼 여기기도 했죠.
그러나 이제는 흔하디 흔한 너구리에게도 밀려 멸종위기종이 된 상태입니다.
('민가를 찾아오는 동물' 하면, 한국에는 너구리 영국에는 여우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흔했던 여우는 거의 멸종하여 이제 한반도에서 보기 어려운 동물이 되었습니다.
간간히 DMZ를 제외한 지역에서 목격담이 나오고 있긴 했지만, 사실로 증명된 적인 없었으나 예전에 양구에서 토종여우의 사체가 발견되어 아직은 극소수의 개체가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소백산에 토종여우를 복원하는 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덫을 이용한 밀렵이나 로드킬로 인해 폐사하고 부상당하는 개체수도 많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DMZ에서는 현지에서 근무했던 병사들이 토종여우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신분 및 보안 상 촬영한 증빙이 없어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DMZ에서 발견된 여우라면 복원을 위해 방사된 개체가 아닌 자연 번식에 의해 생존해 온 개체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생태학적 가치가 더욱 클 것입니다.
탐스러운 꼬리를 지닌 작은 강아지 같은 귀여운 외모와 경계심 많고 신비한 분위기를 간직한 채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봤을 전설의 단골 주역인 한국의 토종여우..
이제 앞으로는 너구리와 같이 친근하게 다가가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모쪼록 토종여우의 부활과 함께 사람과 더불어 많은 동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건강한 한반도 생태환경이 아울러 복원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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