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그동안 무관심했던 기부와 나눔, 그리고 봉사활동에 대한 부분을 조금씩 돌아보는 분위기가 조성되곤 합니다.
하지만 유독 추워진 올해는 대선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많은 이들의 생활이 힘들어진 탓인지, 연말인데도 이러한 나눔과 봉사 분위기가 예년만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기부와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 온 분들에게는 기부와 나눔의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하나의 일상이기도 하죠.
이러한 분들은 가끔씩 인터넷에서 소개되기도 하지만, 잘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서도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은 단지 드러나지 않을 뿐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나눔과 봉사의 원칙은 무엇이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런데 나눔과 봉사활동에 대해 가끔씩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는데요, 물론 나눔과 봉사 자체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그 원칙과 한계가 애매하거나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포스팅하는데 직접적인 원인이 된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톨릭 성당마다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모임인 '빈첸시오'라는 작은 단체가 있습니다.
성당의 규모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니는 곳은 분가한 성당이라 워낙 규모가 작아서 주로 연세가 많으신 몇 분께서 의욕적으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가톨릭에서는 오로지 신자들의 헌금으로만 유지되는데 모금액수가 충분하지 않아 빈첸시오의 활동예산 역시 빈첸시오 활동하시는 분들이 신자들에게 십시일반으로 가끔씩 후원모금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액수는 1천 원에서부터 본인이 비정기적으로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이죠.
이렇게 모인 액수로 신자든 비신자든 가리지 않고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해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적은 액수를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성당으로 약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 X가 찾아왔습니다.
X는 물론 신자도 아니었고 이 지역 주민인지도 불분명 한 사람인데 미사가 없는 평일 저녁시간 때 다짜고짜 사무실로 찾아와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용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으나 사지 멀쩡하고 정신 똑바른 정상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개과천선한 사람인데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무조건 막무가내로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종교와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일장 설파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X가 원하는 구체적인 도움은 주거안정이 될 수 있도록 원룸 보증금 정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빈첸시오 회장님과 사무장님 선에서 겨우 돌려보내긴 했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말도 안 되는 경우니까 재고할 여지는 없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득 나눔과 봉사에 대한 원칙과 한계를 나름대로 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정적인 계기에 의한 소극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눔과 봉사를 조금씩 확대해 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나름대로의 원칙을 마음속에 세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을 나설 때 아주 가끔씩 구걸을 하는 분이 서 있는 경우라든지,
인터넷이나 TV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연을 보았을 때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게 되겠죠.
그런데 마음속으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도와주고 싶기는 하지만, 자신의 처지와 여러 가지 상황을 짧은 순간에 복잡하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 '얼마를 해야 할지, 이전에는 이보다 더 한 경우도 그냥 지나쳤었는데 지금 한다는 것도 좀 그렇고,
- 이럴 바엔 안 하는 것이 나은 거 아닌가?,
- 다음에도 이런 경우에는 매번 기부를 해야 하나?,
- 내 주변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될 수 도 있습니다.
기부와 봉사활동의 원칙이란?
물론 기부는 반드시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죠.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 또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한 달에 자신만의 기부액을 책정합니다. 액수는 형편없이 적어도 좋아요.
- 시작은 작더라도 결과는 모두가 모여서 이루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주변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고 갈등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위안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 한 달에 할 수 있을 만큼 했다면, 다음 달이 되기 전까지 또다시 같은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갈등이나 죄책감 같은 거 절대 갖지 말고 다음으로 유보하세요.
- 나눔과 기부,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축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 물론 자신의 여건이 좋아지면 양적인 부분은 점차 늘리면 좋고,
- 자신의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때그때 인위적인 제한을 둘 필요는 없어요.
- 다시 얘기하자면 마음속의 작은 갈등으로 멈칫할 경우에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봉사활동은 마음속에서 갈등이 있으면 하지 마세요.
동기가 충만할 때, 마음에서 움직일 때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학생들 봉사활동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부연하자면,,
학생들의 수행평가나 면접 시 봉사활동 여부를 체크하는 것은 1차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성사회가 그만큼 성숙되지도 않았으면서 입시와 취업을 앞둔 세대에게만 이러한 부분을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모순적입니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입시 경쟁위주의 교육현실에서,,
형식적인 봉사활동은 부담감과 진정성 없는 동기에 의해 봉사활동을 하는 쪽이나 도움을 받는 쪽 모두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 행사지에 가면 피켓 들고 봉사활동 하는 학생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인상 쓰면서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는듯한 억지로 시간 때우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이처럼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점수를 위해, 혹은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온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 면접 시 봉사활동 이력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면접관을 비롯해 그 회사 임직원들은 얼마만큼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한 적은 있을까요?
이처럼 회사 면접 시 봉사활동 이력을 묻는 것은,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보면,,
봉사활동의 본연의 동기와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스펙 쌓기 리스트 중 하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봉사활동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회사의 면접관들이 학생인 시절에는 봉사활동 교육 자체가 없었던 시기였음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풍토로 인해 봉사활동이 비자발적 동기에 의한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마무리 : 자신만의 나눔 원칙 수립하기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 사회는 더 많은 나눔이 필요합니다.
노력하지 않은 게으른 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식적인 동기로 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반면에 자신의 작은 나눔에 부끄러울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디든 한계는 있습니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며,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이러한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원칙 수립이 필요한 것이며,,
이것이 제대로 발현될 때, 자아실현의 동기에 스스로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겨울도 춥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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