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의 가족 추천 영화, 허삼관
가부장적 질서를 극복하는 코믹 신파극의 메서드 : 부성애, 매혈, 불륜, 친자소동, 만두와 붕어찜
(포스트 본문에는 다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아직 이 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허삼관은 중국 작가 위화(余华)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 许三观 卖血记>을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는 제목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 그야말로 목숨을 건 부성애로 피를 팔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던, 생존 자체가 고되고 힘겨웠던 시기..
- 그것도 모자라 아내의 불륜, 친자소동 등..
- 당시의 남성으로서는 좀처럼 극복하기 힘들 만큼 거의 이데올로기에 가까운 가부장적 질서를 극복해 내고,
- '문화 대혁명'이라는 거대한 격동의 시류를 견뎌내야 했던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구도로 배치하면서 심화된 주제의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입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하정우가 감독을 맡아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허삼관'은,,
원작으로부터 매혈, 불륜, 가족외식, 친자소동, 부성애 등의 코드를 가져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과정과 고단한 삶을 살아갔던 당대의 모습을 그려내는 메소드로 삼았지만,
원작 소설이 희비극을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를 구사하며까지 표현하고자 했던 심오한 주제의식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으며, 일부분 원작과는 상이한 구도와 과정을 뛰어넘는 다소 무리한 설정이 이 영화의 극적 전환을 위한 전개에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공간적 배경이 다른 원작과 비교했을 때 그런 것일 뿐,
원작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과 '가족'이라는 주제로 재구성하여 뛰어난 연출력 및 배우들의 명연기로 재창조했다는 평가가 더 공감이 되는 작품입니다.
특히 원작이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영화 허삼관에서는,,
민초들조차 '자아비판'이라는 정치적 세뇌의 희생양이 되었던 현대판 분서갱유인 '문화 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구현할 수 없어 한국전쟁 직후인 피폐했던 한국 사회의 상황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원작에서는,,
- 허삼관의 아내가 기생 이력 때문에 성토장으로 끌려다닐 때 아내를 위해 밥을 가져다주는 모습과
-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아빠가 아님을 고백하면서 아내를 감싸는 모습이나
- 일락에게 몰래 국수 한 그릇을 사주는 허삼관의 모습,
- 굿판에서 허삼관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일락을 데려오며 다른 이들에게 식칼을 들고 일락을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면 상처를 내겠다고 위협하는 등의 묘사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영화 허삼관에서,,
원작 소설에서 묘사된 이러한 갈등 전환의 복선이나 상황 전개에 대한 무거운 극적 표현의 개연성 등을 오히려 다소 코믹한 요소를 가미하여 공감과 재미를 더욱 매끄럽게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정우 감독이 밝힌 대로,,
중국의 1940 ~ 1970년에 이르는 약 30년간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원작에 충실하면서 2시간 이내의 영화 줄거리로 그대로 옮겨온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 허삼관은,,
-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에서 ~ 단계적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착수된 1964년의 한국으로 그 배경을 옮겨온 것이며,
- 당시의 가족 화해를 상징하는 코드로 묘사된 가족외식의 메뉴가 대륙의 미엔티아오(面条) 한 그릇이나 지아오쯔(饺子) 한 근, 그리고 살코기가 비싸 돼지비계로 정성껏 만든 홍샤오로우(紅燒肉)가 아닌,
- 그 당시 우리 민초들이 좋아했던 한 접시의 만두와 한 냄비의 붕어찜으로 각색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허삼관은,,
- 비록 원작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무거운 매혈기의 주제의식은 제외됐지만,
- 현대적 물질적 풍요를 대체할만한 당대(當代)의 인간 체취 물씬 풍기는 삶의 냄새와 함께
- 부성애와 모성애를 통한 가족애를 한 편의 유쾌한 신파극을 통해 보여주고자 노력했으며,
- 설령 다소 빈약하게 구현된 메타포라 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일견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한 껏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
원작과의 대비, 문제에 대한 주제의식, 탄탄한 구성과 작품성 역시 영화를 감상하는 주요 요소이겠지만,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영화 허삼관의 엔딩 부분에서 일락을 포함한 모든 가족이 만두와 붕어찜을 앞에 두고 함께 조촐한 가족외식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처럼..
관객들은 어쩌면 희비애환(喜悲哀歡)이 담긴 줄거리의 모든 전개를 지나쳐 오면서도,,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만큼은 갈등과 반전이 아닌, 바로 이러한 모습의 애틋한 가족애가 선사하는 감동과 해피엔딩을 간절히 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상으로,,
메리앤의 가정의 달 5월의 가족 추천 영화, 허삼관에 대한 간단한 리뷰였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와 시대적 배경(문화 대혁명)이 같은 중국 원작 영화 '부용진 (芙蓉镇)' ▼
평화롭던 작은 시골 마을(부용 마을) 전체가 문화대혁명 광풍으로 인하여 한 순간에 광적인 자아비판의 성토장으로 변해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시기하고, 증오하며 잔인하게 공격하는 괴물이 되어 버리는 과정을 마음씨 착한 두부탕 가게 여주인 오금의 시각으로 투영한 영화
이 영화의 가치는,,
지금의 시진핑 체제 중국 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던 시기의 중국에서 방영되었던 유일한 과거 체제 비판(?) 영화입니다.
한국의 북방 외교 정책으로 한중 수교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절 한국에 수입되어 삼성 호암 아트홀에서 방영된 영화로서 저도 직관한 영화입니다.
저 두 남녀 중국 배우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꽤 유명한 배우로서 이후에도 남자 배우는 여러 영화에 출연한 바 있고, 여배우는 '서태후'라는 영화에서 젊은 시절 서태후 역을 맡아 출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저 두 배우는 중국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실패한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 이후 더 이상 영화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상영될 경우,,
이들이 출연했던 부용진에서 등장한 배경인 '문화 대혁명과 천안문사태가 오버랩될까 봐 영화계에서 쫓겨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p.s... 고로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일컬어지는 중국의 문화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성 있는 중국대륙의 영화를 참고하시려면 '부용진(芙蓉镇)'이라는 영화를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마지막 북소리와 쿠키 영상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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