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칼... 우는 칼!
 

 
당신은 이 세상의 강자입니까? 아니면 약자입니까?
불의한 것과 간악한 것을 보았을 때 분연히 응징할 수 있는, 그리하여 善을 구현할만한 힘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이런 것들은 고사하고 자기 자신 하나 지킬 수 있으신가요?
 

 
∑ 이외수의 [칼]

이외수 작가의 오래된 소설 [칼]...

여기에 등장하는 한 없이 나약한 주인공은(어쩌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를)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점점 나아가 세상의 善을 구현해줄 상징적인 무기 칼을 제작하는데 일생을 걸게 됩니다.


그는 칼에서 마음의 평화를 의탁하였기에 명검을 제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됩니다.
자신이 그 칼의 주인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칼이 있으면 그 주인은 저절로 나타나리란 믿음을 가지고...

결국 '우는 칼'을 만들기에 이릅니다.
워낙 명검이기에,,
위험에 처하거나 불의를 가까이 하면 칼이 스스로 웁니다.

하지만 피값을 치르지 않고 탄생한 명검은 결국 주인공의 피를 댓가로 세상에 나오게 되지요.

결국 마음의 평화는 칼이 울기 전에 자신의 수양 가운데에서 찾아갈 수 밖에 없음을... 
그래도 자신을 지켜주고 세상을 구할 칼이 하나 있다면 정말 갖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네요... 


 

 
∑ 칼 - 이외수-

풀무질을 한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돌아가신 숙부의 방안 가득히
보아라 한 물지게 노을만 엎질러져
활활 붉게 타고 있을 뿐
오오랜 유랑에서 다시 돌아와
허물어진 집 터에서 닭들을 잠재우면
우리가 묵묵히 지켜온
저 적막한 어둠.
주인 없이 돌아오는 말들의 피곤한 그림자
말들의 피곤한 그림자
한밤중 차거운 달빛으로 칼을 닦고
칼의 시퍼런 울음을 듣던 숙부는
저 허공 어디쯤
아직도 칼의 울음을 데리고 잠든 풀잎들을 깨우고 있는가?


풀무질을 한다.
한 부삽씩 우리들 믿음을 퍼 넣으면
허약한 젊음 버림받은 서적들을 불태운다.
숨죽이는 바다, 긴장하는 달빛
묘지마다 비석들이 눈을 뜨고
죽었던 이들의 무덤마다에서 징이운다.
은둔 끝에 우리는 동굴이 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울음이 되고
풀무질을 한다.
바람만 불어도 허물어지는
이 세상 모든 것들아 잠들지 마라
이 세상 모든 것들아 잠들지 마라
뜨거운 불 속에서 타고 있는
우리들의 뼈를 보라.
오 어둠 어디에서고 꺼내들면
그 어떤 어둠도 깨어지고
마침내는 우리는 쏟아지는 빛 속으로 인도하는
영혼의 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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