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농경문화가 지배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제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본 글은 유교와 제사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피력하거나 인용을 한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을 정리한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구정 연휴 잘 보내셨나요?
명절은 단지 제사(차례:茶禮)를 지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제사는 명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듯 합니다.
현재 우리의 제례는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불교를 국교로 했던 고려의 대척점에서 조선은 유교를 국시(國是) 이념으로 건국되었으며, 조선시대 경제·문화적 기틀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유교는 사실 유학이라는 학문에서 출발하였으며, 유학의 탄생 기조는 종교와 무관한 학문적인 유파로써 계승 발전되어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념과 생활 전반에 걸쳐 질서와 절차를 중시하는 유학의 문화적인 영향력은 동방문화권, 특히 조선시대에 거의 절대적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예(禮)와 절차를 중시하며, 사상적 이념의 신봉과 함께 유학의 시조와 성현들에 대한 숭배, 그리고 내세관이 없는 유학에 제례의 의미와 절차가 중시되면서 학문을 뛰어넘어 마치 기복적인 토속신앙과 구별되는 고등 종교와도 같은 기능도 수행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사(제례:祭禮)는 혼례, 관례, 장례 등과 함께 가장 중시되는 禮의 절차로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듯 합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온 식구가 모여 전도 부치고 산적도 만들고 홍동백서와 어동육서를 구분하고 지방을 붙이고 향을 피운뒤 차례를 지냅니다.
농사을 근본으로 하는 조선시대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고, 다산과 풍년을 위해 조상의 보살핌을 구하는 제사는 매우 중요한 禮의 절차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례를 주관하는 첫 째의 장자권(長子權)은 절대적이어서 제주(祭主)인 장자는 대가족의 거의 모든 권리를 상속받는 대신 가족들을 책임지고 훈육하며 조상에 대한 예를 다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이미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왔으며 더 이상 농경문화와 유교적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 사회는 문화대혁명 당시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도 공산 체제하에서 철저히 배격한 적이 있는 중국보다도 더욱 뿌리 깊은 유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의 명절 문화와 제사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제사를 지내는 가정도 소위 '명절증후군'이란 것을 앓게 될 정도로 제사와 가족 모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아졌으며, 이미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고, 명절 기간 동안 아예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교적인 절차와 형식에 따른 제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제례가 그저 제사만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가족간에 부담스러운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지만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가 전통 문화적 요소로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절에 제례와 같이 조상을 기리는 의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오랜만에 가족들을 모이게 하는 하나의 모티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례 그 자체만을 위한 제사로 인해 가족간(특히 동기간)에 갈등이 생기거나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여 부담만을 야기한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제례는 가족들간의 합의에 따라 비단 유교적인 형식이 아닌 다른 형태로 유연하게 대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명절은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가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그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명절은 그 고유한 의미를 새기면서 가족들과 우애를 다지는 것을 그 첫 번째 의미로 삼아야할 것이며, 명절을 맞아 한 번쯤 돌아가신 가족을 기리는 마음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반드시 유교적인 절차의 제사든 그렇지 않든,,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제례, 혹은 추모의식(?)은 가족들의 모임과 가정의 전통, 그리고 후손들에 대한 가르침에 있어서 하나의 구체적 모티브로서 존재할 필요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세관이 없는 유교에서는 차례상에 모신 지방(紙榜)은 과거을 의미하고 장자(長子)인 제주(祭主)는 현재를, 자손인 장손(長孫)은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렇게 삼대가 현세에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상징화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동서고금, 학문과 종교를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 그리고 뿌리인 것이죠..
방문해주신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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