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17회는 지금까지의 회차 중에서 가장 긴박한 전개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거칠 것 없던 홍인방은 이인겸을 숙청하는데 일조하고 이성계와의 제휴를 유지하지 못한 채 해동갑족마저 적으로 돌리는 패착에 대한 역풍으로 오히려 숙청당하는 지경에 이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이를 모면하기 위해 순군부를 일시 장악하여 사돈인 길태미와 함께 이성계·최영과 최후의 일전을 벌입니다.
권불십년, 권력무상
그것의 극단적인 말로는 바로 더러운 배신과 새로운 합종연횡의 역겨움, 그리고 연이어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상잔(相殘)의 참극..
이처럼 긴박했던 거사일의 그날, 개경의 낮과 밤을 도당 3인방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봅니다. ('육룡이 나르샤' 극 중 관점)
홍인방
묘시에 이르렀으나 자신이 원하던 소식이 들리지 않자, 이미 일이 틀어진 것을 감지하고 재빠르게 순군부를 장악하며 대응에 나선다.
먼저 다다른 곳은 개경 소재의 이성계 집.
그러나 이성계는 이미 가별초를 이끌고 길태미의 집을 포위한 상태.
여기서 홍인방은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그의 생각은 사돈인 길태미는 '삼한제일검'인 절정 고수이니 무사할 것임을 전제로, 자신은 왕을 보호한다는 빌미로 왕을 볼모로 잡아 일거양득을 취하고자 도모한다.
똑똑한 자의 패착은 항상 두 번 생각하는데서 비롯되듯,,
홍인방은 결국 최영에 의해 저지되고,
이성계의 가별초에 의해 포위된 길태미는 그래도 사돈인 홍인방이 처했을 위험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본거지를 내버린 채 곧바로 탈출한다.
이인겸
자신이 키운 호랑이 새끼인 홍인방, 그리고 자신의 주구(走狗)인 줄 알았던 길태미에 의해 실각된 것이 차라리 다행인 새옹지마의 상황에서도 긴박한 정국의 한 수를 두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정적이면서도 정치적 파트너였던 최영을 마지막 최후의 한 수로 생각한 포석..
판을 크게 보았을 때,,
자신의 모든 세력이 숙청된 이후에는 최영과 이성계가 천하쟁패의 주역들이 될 것이고, 이러한 국면에서는 차리리 정적이었으나,
한 편으로는 정치적 제휴자였던 최영에게 무게를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 패는 바로 훗날 이성계를 견제하게 되는 조민수 장군이다)
그러나 이러한 포석이 끝나자마자 들이닥친 이성계에게 '광평부원군(국부)'이라는 권위와 '왕의 교지(체포영장)'를 내세워 강제연행은 겨우 면했으나 결국 가택연금 되고 만다.
길태미
아침밥을 못 먹고 탈출한 탓에 밥부터 먹고 보는 낙천적인 단순함.
여성스러운 취향의 행동과 달리 잔혹한 일면을 지닌 절세 무공의 삼한제일검.
이인겸의 주구(走狗)라는 사실에 극단적인 거부감과 열등감을 지닌 자.
이러한 길태미는 결국 최대 위기의 순간에 최대의 난적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바로 장삼봉의 제자이며 대륙제일검인 카르페이 테무칸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될 차기 삼한제일검의 주인공 이방지..
길태미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가장 俗되고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였다.
악한 일면만 제외한다면 어쩌면 가장 평범하고도 입체적인 인물이며, 한 편으로는 가장 매력적인 배역으로서 이 드라마의 경직성을 해제시키던 유일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결국 차면 기울듯.. 이방지와 생사를 건 일합이 부딪치려는 순간 그의 최후는 다음 회차로 유보된다.
마지막 대결을 예고하며..
이번 육룡이 나르샤 17회는 이 드라마가 시작된 이래 가장 긴박했던 회차였습니다.
홍인방이 추포 되고, 이인겸은 가택연금 되며, 길태미는 이제 이방지와 생사를 건 마지막 일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모두 그러하듯,,
일분일초마다 판도가 뒤집히는 거사일의 긴박한 순간은 승자를 위한 명분과 지나온 정치적 포석에 의해 개연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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