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 35,36회] 핏빛 갈등의 시작,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립. 그리고 이방원
삼봉 정도전과 포은 정몽주, 동문지기(同門知己)에서 돌이킬 수 없는 정적(政敵)으로
실제 역사에서 정도전과 정몽주가 드라마에서처럼 절친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민왕 시기 권문세가에 대항하여 급부상한 신진사대부 이색의 문하에서 동문수학 한 뒤 정계에 진출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같은 신진사대부로서 정도전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정몽주 역시 탁월한 외교적 수완까지 겸비한 당대 최고의 개혁정치가였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이성계는 정도전에게 "포은이 집정대신으로서 옥새를 가져다 주는 것이 바로 정통성"이라고 묘사할만큼 정몽주는 이성계는 물론 신진사대부 세력과 백성들에게 두루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단지 역성혁명을 불사하며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려던 정도전과 달리 정몽주는 고려의 왕실을 유지한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자 했고, 정도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성계와 교류하였으며 서로를 존경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드라마 정도전 KBS1
그러나 이 두 동문은 각자의 정치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계민수전 1(計民授田)과 과전법 2(科田法)으로 표면화 된 정책 대립으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적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과전법이 채택됨으로써 정도전은 이제껏 쌓아올린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게 되고 이색을 중심으로 이성계와 대립하던 신진사대부 일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몽주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정몽주를 중심으로 한 우현보 일파에 의한 정도전 탄핵 사건을 계기로 이성계의 최측근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예고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후일 조선 태종 이방원에 의해 곧이어 벌어질 핏빛 갈등의 서막일 뿐, 역사적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왕자의 난'에 이르러 불어닥칠 피바람의 전조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삼봉과 포은의 천적, 태종 이방원
정몽주의 정도전 숙청에 대해 가장 큰 위기감을 느낀 것은 이성계보다도 이성계의 다섯 째 아들이자, 후일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정종에게 양위를 받아 왕위에 오르는 태종 이방원이었습니다.
드라마 정도전 36회. 이성계(유동근)
비록 이미 정적이 되어버렸으나 정몽주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던 이성계였기에 이방원이 더 위기감을 느꼈을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의미에서 보면 이방원의 심중에는 이미 효심보다 야심이 더 많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감은 곧 이방원이 역성혁명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정몽주를 제거하기 위한 행동을 단행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선죽교에서의 정몽주 시해사건이 바로 그것이죠.
정몽주가 제거되고 난후 정도전은 복권되고 이성계는 결국 신하들의 추대와 공양왕의 양위로 용상에 오르게 됩니다.
겉으로는 무혈혁명처럼 보였지만, 이 날 이후 고려의 왕족들과 왕씨 성을 가진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핍박이 시작되며, 이성계 이후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정도전 역시 이방원에게 있어 제거되어야 할 표적이 되는 등.. 새로운 나라 조선은 여전히 취약한 건국 기반과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이 대립하는 격동의 시기를 겪게 됩니다.
드라마 정도전 36회. 이방원(안재모)
정도전은 새로 건국된 나라의 통치는 직접적인 왕권에 의한 것이 아닌, 재상을 중심으로 한 내각 통치에 의해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왕은 성군이 될 수도 있지만, 폭군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왕은 군주로서 재상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되 실질적인 통치는 재상 중심의 내각이 구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죠.
그래서 정도전은 이성계가 총애한 둘 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둘 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는데 동의했던 것입니다.
(정도전은 어리고 유약한 방석이 신의왕후 한씨의 아들들, 즉 이미 장성한 이방원 형제들보다 상대하기 쉽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방원으로 하여금 그렇지 않아도 국가의 재정과 병권을 거머쥐고 날로 거대해진 정도전을 견제가 아닌 직접 제거해야 되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방원에게 있어 정몽주가 대업을 이루기 위한 과정의 장애물이었다면, 정도전은 자신이 왕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었죠.
드라마 정도전 36회. 정도전(조재현)과 정몽주(임호)
결국 권문세가에 의해 부패한 세상을 바꾸려던 대의는 같았으나 구체적인 노선에 있어 정적이 되어버린 정도전과 정몽주는 왕권을 차지하려는 이방원에게 모두 제거되고 말았습니다.
즉,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자 모두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에 의해 사라진 것이죠.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역사의 순환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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