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가슴 뭉클하게 후달리는 황혼기의 청춘 코미디
수상한 그녀 (2014. 코미디 드라마. 심은경, 나문희 주연)
영화 '수상한 그녀'는 860만 관객을 동원한 국내영화로서 2014년 겨울왕국의 신드롬 속에서 대단한 선전을 펼친 상반기 대표작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코믹한 요소가 재치있게 가미되었다 하더라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칠순의 할머니가 50년이나 젊어진 꽃다운 청춘으로 거듭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이토록 많은 관객 동원할 수 있었던 요인은 먼저 20대 오두리(심은경)의 외모에 70대 오말순(나문희)의 영혼을 소화해낸 심은경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제 겨우 스물 한 살인 심은경은 전라도 사투리와 노인의 걸음걸이, 익살스럽고 다양한 표정연기와 관련된 제스처, 그리고 애절한 눈빛 연기 등.. 오두리의 외모에 오말순의 천성을 천연덕스럽게 표현해내었는데.. 이 부분이 바로 이 영화가 코믹한 플럿을 유지하는 주된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저 황당한 소재의 코믹영화로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었던, 그래서 많은 관객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격동의 시대를 처절하게 살아온 지금 우리 사회의 황혼기 노인들에 대한 지나온 삶을 오말순으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투영함으로써 상실되어가는 진실한 가족애, 즉.. 가족에 대한 애틋한 헌신과 희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결국 손주들과의 세대차이와 고부간의 갈등에서 오는 상대적 괴리감과 박탈감 역시 황혼기 노인들이 겪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청춘사진관'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 '오드리 햅번'과 '제임스 딘'의 세대(지나간 선망의 세대)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으로 심장병을 얻은 며느리와 이를 할머니 탓으로 여기는 손녀 때문에 요양원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를 우울한 심정으로 들른 사진관에서 오말순 여사는 영정사진이 회춘사진이 되어 화려한 청춘으로 후달린 복귀를 하게 된다는 것과 헌혈이나 수혈과 같이 피를 흘리게 되면 다시 노인이 된다는 설정.. 그리고 엔딩부에 이르러 '제임스 딘' 버전의 박씨로 변신하게 된 김수현의 깜짝 카메오 출연은 이 영화의 참신한 재치와 유쾌한 연출이 돋보인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복잡한 가족관계와 PD와의 멜로 모드, 반지하 밴드 공연 시퀀스 등을 모두 다루려다보니 이야기의 중반 이후부터 약간 산만한 플럿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오말순이 오두리 시절에 겪어야 했던 안타깝고 힘겨웠던 삶의 여정들을 개연성 있는 퍼즐조각처럼 드러내어 묘사해냄으로써 그러한 부분들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상한 그녀는 가슴 뭉클하게 후달리는 황혼의 청춘 코미디로 완성될 수 있었고, 코미디 영화이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 먹먹한 여운을 남기는 한 편의 드라마로서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라는 존재와 가정에서의 자아 역할에 대한 생각을 자꾸만 되내이도록 만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는 '수상한 그녀'의 명장면과 명대사>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똑같이 살거여.. 그래야 내가 네 엄마고 네가 내 아들이니께.."
- 오두리가 아들 반현철(성동일)이 오두리가 어머니인 것을 마침내 알아채고 그냥 떠나 새로운 삶을 사시도록 권유할 때 한 대답 -
" 왜? 후달려?"
- 오말순 집안의 머슴이었던 일편단심 박씨가 청춘사진관에 들렀다가 모터싸이클을 타고 오말순 여사 앞에 도착하여 헬멧을 벗고 한 첫 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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