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성리학(유교)을 국시로 하는 文治주의 왕조를 건국한 조선왕조는 27대 임금을 배출한 500여 년의 역사 동안 적장자로 왕위를 계승한 왕은 고작 7명에 불과했다.
人治로 나라의 주인인 군주가 당연히 적장자에게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원칙인 전제 국가인 조선에서 결코 짧지 않은 왕조의 역사에 비해 적장자 왕위 계승이 겨우 7명이었다니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조선 건국 초기부터 시작된 적장자의 저주
正史에 기록된 사실은 아니나,,
조선 건국에 일조하며 새로운 도읍 한양을 천거했다던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인왕산의 산세가 범상치 않아 덮치는 기운이 강하니 도성의 정문을 동쪽으로 배치할 것을 건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조선 건국 육룡의 하나(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인용)인 건국 실세이자 당시 권력의 정점에 있던 정도전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어 무산되었다고 한다. - 이 일화의 사실 관계에 대한 논란은 있다 -
정도전이 무학대사의 주장을 물리친 확고한 근거는 두 가지였다.
- 성리학을 이념으로 건국한 조선이 풍수지리와 같은 미신의 영향으로 도성 배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그 어느 왕조도 정문을 정남 쪽이 아닌 동쪽에 배치하는 경우는 없다.
결과적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던 정도전의 이러한 주장으로 도성의 정문이 동쪽으로 배치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학대사는 이러한 결정의 결과가 후일 조선에 다음과 같은 큰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 첫째, 이번 일로 인해 조선왕조는 커다란 국난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 둘째, 조선왕조는 적장자가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게 되는 정쟁의 나라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조선은 향후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대한제국 시기 일본의 침탈 등 수 없이 많은 국운이 걸린 위기에 처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왕위 계승에 있어서도 적장자 계승이 겨우 7번 밖에 이루어지지 않는 불행한(?) 왕조의 역사를 남기게 되었다.
조선에서의 적장자, '세자'의 입지란..?
위에서 언급한 무학대사의 적장자 저주에 대한 사실 관계를 떠나 조선왕조에서 왕의 적장자, 즉 '세자'는 어떤 위치였으며, 어떤 입지였을까?
K-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세자는 당시 실질적인 세자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마치 신데렐라의 그 왕자님과도 같은 사극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당시의 세자들은 왕위 계승권자 제1순위에 있는 차기 권력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정쟁의 타깃 1순위로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 조선 왕조는 王權과 臣權의 대립이 막상막하로 치열했던 시대였다
- 세자는 역설적으로 현 군주의 라이벌로 부각되어 父王인 아버지에게도 견제를 받았다. (예. 선조, 영조 등,,)
- 군왕, 세자를 둘러싼 치열한 정쟁, 종친과 외척들의 갈등 등으로 인해 세자는 정파의 타깃이 되거나 희생양이 되었다.
결국 비록 떠오를 차기 권력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자는 왕위를 계승받기 전까지 그 입지와 운명은 극과 극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투영하듯,,
영화 '사도'에서 영조(송강호 분)가 아들 사도세자(유아인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의미심장한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다.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윤허하고 그 책임을 묻는 자리이다!
참고로 조선에서 적장자로서 長子 왕위 계승을 한,,
문종(5대), 단종(6대), 연산군(10대), 인종(1대), 현종(18대), 숙종(19대), 순종(27대)
이 7명의 왕들도 대부분 재위 기간이 평탄치 않았거나, 큰 士禍로 피의 숙청이 일어나거나, 나라를 잃거나, 단명하는 등.. 불행한 말로를 겪어야만 했다.
드라마 슈룹의 의미와 치열한 왕위 계승 쟁탈전
최근 유행하고 있는 tvN 주말 퓨전사극 드라마 '슈룹'은 바로 조선왕조 궁궐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와 세자와 세자빈의 왕족 로맨스, 그리고 마치 대치동 자녀교육과도 같은 궁중 사모님들의 치열한 궁중 로열패밀리 왕실 교육을 그린 가상의 K-퓨전사극드라마이다.
시대적인 배경 설정은 퓨전사극인 만큼 아마도 士林이 권력의 중심에 등장하고 사림 내 당쟁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하는 16C~18C로 추정된다.
▶ 슈룹의 뜻과 상징하는 의미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한자어 단어 발음이 아닌 순우리말 단어의 어감이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서 좋다)
여기서 슈룹, 즉 '우산'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뜻은 '보호자', '방패막'이란 의미가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핵우산'이란 단어처럼 말이다.
이 드라마는 왕위 세습을 위한 권력 암투와 왕자들 간의 경쟁, 그 가운데 펼쳐지는 엄마들의 치열한 교육 경쟁을 플럿의 기조로 하고 있다.
극 중 로맨스와 약간의 코믹적 요소는 낭만적 분위기와 다소의 긴장감 해소를 제공하는 코드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기저를 이루는 치열한 왕위 세습 경쟁을 둘러싼 이야기는 마치 '조선왕조 적장자의 저주'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드라마에서도 적장자 세자들은 일찌감치 허망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고, 차기 세습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가 전개된다.
적장자도 필요 없어진 마당에 왕자들과 그들의 어미들은 열린 기회를 잡기 위해 혹독한(?) 자녀교육과 더불어 권력 실세들과의 합종연횡을 주저 없이 일삼는다.
한 마디로 이 드라마에서도 '적장자'는 의미가 없다. 마치 태조 때부터 이어져온 저주를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 이러한 배경이 퓨전사극 드라마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지금도 이러한 소재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은 어쩌면 또다시 조선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그 개연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왕의 세습이라는 문제가 특히 조선시대에서 피바람을 유독 많이 일으켰던 이유는 바로 臣權이 다른 왕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했고, 그 유지 기간도 탄탄하게 꽤 오래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의 정점에는 역시 고려말 등장했던 신진사대부, 특히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영향이 크다.
정도전은 새로운 왕조의 조건에 '재상 총재제'를 피력한 인물이다.
즉 왕권과 신권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이상적인 국가 시스템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도전의 사상을 K-사극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대사에서 밀본의 중심으로 정도전을 부각시키며 다음과 같이 비유하며 묘사했다.
재상 총재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왕은 바꿀 수 없지만, 재상은 언제든 바꿀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사상은 왕권과의 균형이라는 이상적인 견제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도 있겠지만, 신권이 강해질 경우 치열한 권력 다툼에 의한 당쟁 심화의 부작용을 낳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치열한 권력 다툼의 한가운데에 바로 조선의 적장자, 불운의 세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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