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 자진 사퇴의 배경과 이유
FIFA 부패 스캔들에 연류된 14명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어 비리 혐의 조사를 받고 있는 블래터 회장이 5선에 당선된 직후 결국 사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축구연맹의 주도로 형성된 反블래터 전선이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블래터를 맹비난 하며 5선을 강력히 저지한 가운데서도 5선에 당선되어 여전히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던 블래터였지만, 블래터 당선 직후 유럽축구연맹이 주도하는 反블래터 라인이 블래터 당선에 대해 급기야 反FIFA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고, 미국 사법부의 강력한 압박이 가해지자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축구연맹은 블래터가 5선에 당선되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 하고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 수수 등의 비리로 얼룩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블래터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유럽축구연맹은 FIFA를 탈퇴할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올림픽과 맞먹는 규모의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의 존폐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새로운 국제축구대회 개최를 구상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사법부 또한 FIFA 비리 조사에 대해 그 어느 때와 달리 강력한 수위로 조사를 착수하기 시작했습니다.
FIFA 총선 전후에 불어닥친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바로 블래터의 FIFA 회장직 사임의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블래터가 경선 당시 후보직을 중도 사퇴하지 않고 굳이 끝까지 회장직 총선에 나서 당선된 직후 자진 사퇴하는 이유에는 상당히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비록 온갖 비리로 점철된 블래터이지만, 여전히 FIFA 내 입지가 탄탄하고 (펠레와 같이 늘 분위기 파악 못하고 쓸데없는 말이나 하는 한물 간 축구 인사는 제외하고서라도), 아직까지는 아프리카·아시아축구연맹의 지지(이번 5선 당선의 직접적인 배경, 그러나 한국은 제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회장직을 사임해도 여전히 FIFA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다음 총회까지 FIFA 회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두어 블래터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만약 경선 당시 후보직을 사퇴했다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대항마 알리 왕자가 FIFA 회장으로 선출되어 정권 교체가 마무리 되면 자신의 막후 영향력을 확보할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없기 때문이죠.
차기 정기 총회는 내년 5월이기 때문에 임시 총회를 통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나 열릴 예정이어서 블래터는 바로 이런 부분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뒤 사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부패의 온상인 블래터의 비리와 독단으로 인해 FIFA의 명예는 크게 실추되었으며, 이러한 일련의 소식들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린 가운데서도 끝까지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블래터의 불순한 의도는 여전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가증스럽고 추하게 보입니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스포츠계에 만연된 각종 비리와 부패가 일소되고, 스포츠 만큼은 경기·행정 분야를 막론하고 부디 투명하고 공정한 페어플레이가 정착되길 기대해 봅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와 분리될 수 있는 스포츠 정신의 이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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