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때문에 남편이 열받은 이유
 

  

 
얼마 전 온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했어요.
자주 외식을 못하는 저희로서는 유명한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더라도 복잡한 시내보다는 자연이 좀 어우러진 외곽을 좋아해요. 바람도 쐴겸 해서... ^^;

남편은 어려서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자연에 대한 향수가 아주 많은 편인데 그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남편 왈,,,
어려서 여름엔 깨끗한 샛강에서 물장구도 치고 천렵과 낚시도 하고 수박서리도 하고 올챙이 잡아다 주면서 미리 염탐한 양계장에서 닭서리까지...  (그 시절이니 가능했겠죠)

겨울이면 새덫으로 참새도 잡고 땡칠이(개 이름) 데리고 산토끼도 쫓아다니고 논에서 썰매도 타고 그렇게 산과 들을 휘젓고 다니며 놀다가 쑥불 피워놓은 마당에 멍석 깔고 누워서 한여름 쏟아지는 밤하늘 별들을 보곤 했대요. 
  

 
남편은 자칭 자연주의자입니다.
스스로 자연을 너무 사랑한다고 하죠.
(어디까지나 제 옆지기 혼자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먹거리와 연관된 것 같아요 ^^;)

특히 토종을 너무 좋아해요. 토종들이 예쁘대요.
한우(소 자체를 좋아하면서도 쇠고기도 매우 좋아함. 특히 곁간.. ㅜㅜ), 토종변견, 토종붕어 같은 민물고기들 모두, 토종닭, 토종돼지, 토종뱜(일명, 배암. 가을에 가마솥에 있던 닭국물이 나중에 보니 뱀탕이었다는...), 소나무, 하다 못해 논에 있던 말거머리까지...

    

우리의 토종들! 
 남편은 민물농어 베스퇴치에 가물치의 활약을 기대하지만 서식지가 다른 것을 몹시 아쉬워 합니다


    붕어             송사리            버들붕어          파라미 수컷            잉어                 가물치 
민물고기 생태관 [바로가기] 평창민물고기 생태관

 

그런데 요즘 환경이 파괴되고 토종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많이 속상해 합니다.
특히 황소개구리, 베스, 블루길, 뉴트리아, 붉은 귀 거북, 자리공과 같은 외래 동·식물들이 많이 유입되어 토종들을 마구 잡아먹어서 귀여운 토종들이 사라지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 합니다.

   

농어                              블루길                          황소개구락지
  

어쨌든 산바람 쐬기 좋은 곳에서 외식이 있던 날, 술 한잔 하고 기분이 업된 남편이 자신의 어린시절들을 추억하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주었어요.
아마도 나름대로 딸아이에게 자연에 대해 친숙하게 해주고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생각인듯 했습니다.

그런데 근처 테이블에 아저씨들 한 팀이 있었는데 차림새나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아마 베스낚시동호회 같았어요.  
얼마 뒤 남편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쫑끗하고 듣더니 굉장히 불쾌해 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그쪽에서도 낌새를 좀 챘는지 흘낏흘낏 하는 것이 술도 한 잔 했겠다 꼭 시비라고 붙으면 어쩌나 싶어 어머니와 시동생이 살짝 말렸죠. (술버릇 나쁜 사람 아네요. 오해 마시길 ^^;)
다행히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지만 남편은 그 뒤로도 얼마동안 꽤 불쾌한듯 했습니다.
 

  

남편이 열받은 이유는 간단히 밝히자면,,
남편이 한창 아이에게 어렸을 때 천렵을 하며 놀았던 추억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토종물고기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었던 그때 옆테이블에 있던 낚시 동호회 아저씨들 중 한 사람이 마치 이쪽에서 들으라는듯 자기들끼리 이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야, 외래어종 어쩌고 하는데 우리나라 토종물고기들은 낚시하는 손맛이 없지 않냐?"
"베스 출조 한 번 하려면 너무 멀리 다녀서 뭐 자주 할 수나 있냐?"
"야, 나중에 잡은 거 몇 마리 갖다가 우리 동네 저수지에 풀자. 그럼 머, 1년 안에 쫘악 퍼질텐데 그러면 가까운데서 수시로 할 수 있잖여" 

... ...

 


   

압니다. 대부분 낚시동호회 분들은 이렇지 않다는 걸.
베스와 같은 외래어종 퇴치를 위해 낚시동호인 분들이 외래어종전문포획단 봉사활동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소수들이 자신들의 유희만 생각해서 정말 저런 생각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우리 자연환경에 정말 큰 피해를 주게 될 겁니다. 

사실 그당시에는 솔직히 이런 일로 열받아하는 제 옆지기한테 좀 짜증이 나기도 했어요.
안그래도 바쁜 일상에 뭐 전혀 상관할 필요도 없는 그런 일 가지고 속상해하는가 싶었죠.

하지만 남편이 속상해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안그래도 무분별하게 유입된 외래동식물들 때문에 토종 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고, 이것들을 퇴치하느라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도리어 이런 외래어종들을 자신들의 유희를 위해 다른 곳에까지 함부로 방류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참 화가 나기도 합니다.         

   

     

바쁘고 힘든 일상에 치어서 한 번 사라지면 복원하기 힘든 자연과 환경의 가치에 대해 무관심할 수 밖에 없겠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의 삶의 터전에서 소중한 자연유산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네요.
 
그나저나 이제 곧 동면에서 깨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만물이 소생하는 푸르른 봄이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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