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 종영] 이미지 파괴로 이루어낸 비극적 사랑의 결말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마침내 24회를 끝으로 종영을 맞이했습니다.
최숙원과 노론(서인의 분당)에 의해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발고, 증좌, 자복으로 이어진 장희빈에 대한 음모는 결국 세자의 안위는 물론 숙종의 권좌까지 위협함으로써 장희빈은 세자와 숙종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 賜死를 선택합니다.
그러자 숙종은 어쩔 수 없이 自盡를 命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가공의 인물 현치수를 통해 장희빈을 도피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賜死를 선택했던 장희빈은 결국 다시 궁으로 돌아와 사약을 받고 숙종의 품에서 "전하의 품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어 기쁩니다"라는 말을 남긴채 숨을 거둡니다.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등 당대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들이 연기했던 역대 장희빈역은 9대에 이르러 김태희가 캐스팅 되면서 역대 장옥정 중 가장 뛰어난 미모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방영 초기 다소 어눌한 대사 처리와 부족한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새로운 장희빈을 조명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율을 만회하지 못한채 종영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동안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지니고 있던 선악구도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파괴하고 새롭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다소 신선하긴 했지만, 이는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소하고 어색한 장희빈을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장희빈을 무리하게 미화하려다 보니 민유중은 역모의 권신이 되기도 하고, 인현왕후는 복위를 위해 막후에서 최숙빈을 이용한 정치적 계책을 도모하기도 하고, 영조의 모후인 최숙빈은 승은도 입지 못한채 그저 신분상승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만만하고 영악한 장희빈의 천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등.. 과도한 역사적 왜곡은 오히려 시청자의 공감을 방해하는 무리수로 작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청자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이전의 장희빈 시리즈에서 묘사되었던 우유부단한 모습의 숙종을 강력한 왕권 구축을 도모하기 위한 정치적 군주로,,
왕의 여인들로서 그저 왕의 총애를 독차지 하기 위해 궁중 암투를 벌여왔던 인현왕후-장희빈-최숙빈을 政爭의 구심점이 되는 정치적 대립의 중심인물로 끝까지 묘사해 나갔다는 점은 기획의도의 일관성 측면에서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부분입니다.
특히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정치적 희생시키는 숙종을 연기한 유아인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능력은 매우 탁월했으며, 실제 역사상 조선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영·정조 시대의 토대를 닦아놓은 先君으로서의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이로써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 보다는 숙종에 대한 변치 않을 지순한 사랑만을 간직한채 죽어간 제9대 장희빈은 종영의 순간까지도 유일한 주인공은 되지 못한채 그저 정치적 희생양으로 죽어야 하는 비극적 사랑의 결말로써 제24부의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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