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시구 논란
시구가 아닌 자신의 퍼포먼스를 위한 마운드?
"오늘 야구장에서 첫 시구를 했다. 이번 시구는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자~알 굴러가길 바라는 의미 있는 퍼포먼스로 표현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뻤다 ^^"
이것은 낸시랭이 야구장 시구를 마치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대부분 냉소적이거나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낸시 랭'이 누구인지(낸시랭 고양이 인형만 좀 들어 본 적이 있었죠), 행위 예술이 어떤 것인지, 프로야구에서 시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사실 별 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잘 몰랐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관련된 기사와 그녀의 시구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그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행위예술은 무엇인지,시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나름대로 찾아본 후 저 역시 썩 좋은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선택된 소수만이 마운드에 올라섭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이 점을 존중하고 시구해 주십시오>하는 말을 듣고 최선을 다 해 시구를 했습니다."라고 말한 이전 시구자와는 매우 대비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술을 잘 몰라서 그런지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봐도 낸시랭이 이번 시구에서 보여준 것은 장난스러운 몸동작과 볼링 하듯이 공을 굴린 것 말고 다른 예술적 의미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녀의 이전 활동이 어쨌는지 거두절미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이 함께 예술하는 사람, 특히 같은 장르의 예술까지 비웃고 모독한다는 비판까지 일단 접어두고, 대중들의 무시를 오히려 무시하며 자기만의 퍼포먼스에 대한 당당함만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녀는 적어도 자신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언제나 성공한 것으로 보이니까요.
이러한 인지도는 그녀의 기획전이나 화보, 책 등에 대한 관심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적어도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자기 자신에 대한 당당한 노력은 가히 부러울(?) 정도입니다.
예전에 그녀가 영국여왕 앞에서 거지나라를 세우겠다고 구걸하는 퍼포먼스를 행한 이유를,,
"거지여왕이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을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계급, 개인과 국가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라고 말한 '인지부조화'만큼 그녀가 스스로 쳐놓은 예술의 커튼이 오히려 예술을 교묘히 빙자한 '인지도-보드'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자칭 야구를 위한 이번 퍼포먼스 장소가 어떤 이에게는 평생 프로 1군 등록도 못하는 절실한 마운드가 아니었다면 좋을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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