傾國之色 포사에게 미친 중국판 양치기 소년, 유왕의 이야기

 

오늘은 동양 고전 미인 중에서 중국 4대 미인 보다 시대적으로 더 이전의 경국지색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은(상)나라 달기와 쌍벽을 이루던 주나라 시기 '포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포사에게 홀딱 반한 군주가 바로 주나라 유왕(幽王)인데, 이번 에피소드가 바로 이 유왕과 포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경국지색과 중국 4대 미인

 

한 나라의 운명을 기울게 할 만한 경국지색 중에서 중국 4대 미인이라고 한다면,,

서시, 양귀비는 꼭 포함되고 초선, 우희, 혹은 조비연이나 왕소군 중에서 나머지 미인을 추가합니다.

 

  • 서시는 월왕 구천의 스파이로 잠입한 오왕 부차의 후궁,
  • 우희는 力拔山氣蓋世 항우의 아내,
  • 초선은 삼국지에서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하는 미인계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등장합니다. 서시와 더불어 미인계의 끝판왕이죠.
  • 양귀비는 당 현종의 후궁,
  • 조비연은 漢성제의 애첩,
  • 왕소군은 남흉노에 대한 화친 회유책의 일환으로 호한야선우에게 정략 시집간 漢의 궁녀입니다.

 

4대 미인에 대한 이야기는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세부적인 일화는 나중에 다시 개별적으로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서시와-양귀비의-인물화
서시와 양귀비

 

그런데 이들 4대 미인보다 훨씬 앞선 商(殷) · 周 시대에도 빼어난 미인이 있었으니, 바로 달기(殷 紂王)와 포사(周 幽王)입니다.

 

참고로 달기는,,

삼국연의, 수호연의와 더불어 중국 3대 演義小說 중의 하나인 봉신연의에서 주나라 공신이자 제나라 시조인 강태공과 함께 등장합니다.

소설 봉신연의에서 강태공은 은나라를 멸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며, 구미호인 달기를 처단하는 천적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포사입니다.

그래서 포사와 함께, 그녀 때문에 이른바 '중국판 양치기소년'이 되어 폭망 한 西周 유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웃지 않는 미녀 포사, 그리고 양치기 군왕 유왕

 

포사는 주나라 마지막 12대 왕인 유왕의 왕후입니다.

 

'붉고 도톰한 입술, 갸름한 얼굴과 목선, 날씬한 몸매에 희고 고운 살결, 그리고 무엇보다 우수에 젖은 맑고 고운 눈빛..'

이것이 바로 當代의 포사를 묘사한 내용입니다.

 

포사는 본래 제후 포향(褒珦)이 유왕에게 간언을 했다가 투옥되자,,

포향의 아들 포홍덕이 그를 구하기 위해 周文王이 商의 紂王을 멸망시킨 '달기'의 고사(미인계)를 떠올려 각지에서 모집된 미녀 중의 하나로 유왕에게 바쳐진 여인입니다.

 

일각에서는,,

포사가 포향의 딸이며, 유왕이 포사의 가족들을 죽여 원수인 유왕 앞에서는 절대로 웃지 않았다고도 합니다만,

어쨌든 유왕은 포사에게 푹 빠졌기 때문에,,

本后인 신후와 태자 회의구를 폐한 뒤 포사 사이에서 낳은 아들 희백복을 후사로 책봉하고 포사를 왕후에 봉합니다.

 

중국-드라마-천룡팔부에-출연한-현대적인-미인-유역비
포사는 이런 분위기의 이미지였을까요? 중드 천룡팔부의 유역비

 

하지만 포사는 사실상 실권을 장악했어도, 여전히 웃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자 유왕은 '그저 가만히 봐도 아름다운 포사가 만약 웃는다면 얼마나 더 예쁠까?' 하는 생각에,,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안달이 나기 시작했고, 포사를 웃기는 자에게 엄청난 상금을 주겠다고 공표하며 별짓을 다하기에 이릅니다.

천금매소(千金買笑 : 웃음을 사기 위해 별짓을 다한다)의 고사가 여기서 유래됩니다. 그 시대엔 개콘이 없었으니까요.

 

여자를 위해 가짜 계엄(봉화)을 남발했다가 작살난 바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봉화가 잘못 올라 제후들이 허둥대며 달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망루에 있던 포사가 이런 상황을 보고, 그저 살짝 실쭉거렸을 뿐인데,,

먼발치에서 이 모습을 본 유왕은 완전히 맛이 가서 더욱더 포사의 웃는 낯을 또 보고 싶어 아주 안달을 합니다.

 

이때 돈에 눈이 먼 괵석보란 자가 유왕에게 수도 호경에서 가까운 여산에 봉화를 올려 제후들이 헛걸음치게 만들어 포사를 계속 웃기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총사를 맡은 정나라 제후 희우가 만류했지만,,

유왕은 괵석보의 계략을 묘안이라고 여기고 이를 행하게 됩니다. ☜ 이것이 바로 '驪山烽火(시도 때도 없아 가짜로 봉화를 올린다)' 고사의 유래입니다.

 

마침내 허겁지겁 달려온 제후들이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음으로써 유왕은 괵석보에게 상금을 하사하고, 포사가 웃도록 계속해서 자주 봉화를 올려댔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를 " 유왕 버전인 "적이 쳐들어 온다!"로 바꾼 셈입니다.

 

달빛-나무-아래의-아름다운-포사의-상상-이미지
오리엔탈 고전 미인인 달기, 포사의 상상도

 

이러한 작태와 포사의 견제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폐위된 태자 희의구의 외조부이면서 유왕의 장인인 신후는 결국 반란을 도모하여 만족, 견융과 연합하여 마침내 호경으로 진격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유왕은 별 걱정 없이 봉화를 올렸습니다.

언제나 허겁지겁 달려오는 제후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이상 제후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귀결이죠.

결국 유왕은 견융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포사에 대한 기록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는데, 일설에 의하면 자결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유왕을 몰아내기 위해 오랑캐 견융과 결탁했던 신후가,,

견융의 무도한 횡포를 제거하기 위해 다른 중원의 제후국인 晉, 衛, 鄭, 秦과 연합하여 견융을 몰아내고, 포사를 처리하려 하자 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웃지 않는 미녀 포사와 양치기 군왕 유왕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외모지상주의는 여전했나 봅니다. ^^;

 

그나저나 혹시,,

현대 사회에서도 여자 때문에 미친 짓을 하는 권력자가 또 있을까요?

왠지 좀 불안하네요. 어쩐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허접한 인간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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