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우관계에 주관적으로 개입하려는 극성스러운 엄마

 

 

오늘은 일상과 관련된 포스트 중에서 아이들 세계에 다소 지나치게 개입하는 어느 엄마의 경우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학교 운영위원을 하다 보면 가끔은 좀 극성스러운 엄마들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극성스럽다'는 의미는 아이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올바른 애정이 넘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

아이가 친구들과의 정상적인 교우관계 형성에 있어서 벌어지는 어떤 소소한 현실적인 문제나 심각하지 않은 사소한 케이스로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당사자인 한 아이의 엄마가 사실관계에 따른 객관성은 무시하면서 이기적이고 편향적인 관점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케이스는 매우 다양하고 주관적인 경향을 띠게 마련입니다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유형이 존재합니다.

첫째, 내 아이만 잘되어야 하거나 절대 다른 애들보다 손해 보면 안된다는 생각

둘째, 정작 자신의 아이의 말을 신뢰하지도 않으면서도 다른 아이들이 관련된 일(교우관계)에 대해서는 자기 아이의 경우만 유리하도록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고집하는 경우

 

저도 어제 오늘 이와 비슷한 황당한 경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어 제 블로그 피플스토리 카테고리에 관련 이야기를 한 번 올려볼까 합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성당 교우이면서 아이들을 같은 학원에 보내고 관련 바자회에 함께 참가했던 지인의 사례를 저의 1인칭 관점으로 전환하여 서술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벼룩시장 바자회

 

어제 단지 상가 빌딩에 위치한 합기도, 미술, 영어학원에서 인근 놀이터를 빌려 공동으로 벼룩시장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곳 합기도 원생이라 참여 주체로 다른 친구들을 함께 초대하여 벼룩시장을 연다고 며칠 전부터 기대 만발이었죠.

자기가 팔고자 하는 중고품을 며칠 전부터 고르고 친구들과 연락하며 의견을 나누는 등 사뭇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토요일 방과후 수업이 있어서 제가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준비한 물건들을 가지고 마중 나가 함께 바자회에 참석했어요.

 

생각보다 단지 주민들 참여도가 높아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초대한 절친들과 함께 책, 악세서리, 필통 등의 물건도 팔고 구경도 하고 학원 주최측에서 파는 분식도 사먹고 나름 재밌게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런 물건들이 팔릴까?' 했는데, 의외로 제법 서로 구매가 이루어지더군요. ^^;

일견 모든 아이들이 대견하고 흐뭇했습니다.

저는 원래 바자회 장소에 준비물만 갖다 주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합기도체육관 관장님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선문대 합기도 시범단의 시연도 보고 아이들 영어 OX 퀴즈나 즉석 미술 콘테스트, 그리고 경품 추첨 등 여러 프로그램을 구경하다 보니 두 세 시간 정도의 바자회가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게 지나가더군요.

  

저는 틈틈히 제 아이와 친구들에게 김밥이랑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을 사다 주면서 끝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다 보니 지루하지 않았고, 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하는 날씨였기 때문에 비가 언제 올지 몰라 여차하면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려는 생각이었던 것이죠.

 

바자회가 끝날 무렵 아이들은 각자 물건을 판 돈으로 새로 입점된 '방방'에 놀러 가겠다고 하여 저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고 저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데 우산을 가져온 아이들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하루를 신나게 보낸 아이들을 각 아파트 단지 별로 모두 데려다 주고나서 저는 제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까지는 딸아이에게도 매우 즐거운 하루였고 저 역시 나름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극성스러운 어느 엄마의 바자회 참가 멤버들 소집령

   

문제는 오늘 오전이었습니다. 

제 아이가 A라는 친구와 카톡을 하던 중 몹시 불쾌해 하길래 자초지종을 물어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A라는 아이 친구는 또 다른 친구 B가 스마트폰이 고장나서 카톡을 할 수 없기에 대신 보내는 내용인데 오후 1시까지 B의 집으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으니 갈 것인지 물었다는 겁니다.

이유인즉, B의 엄마가 바자회에서 번 돈이 왜 하나도 없고 거스름돈으로 준 돈도 맞질 않냐며 함께 참석했던 친구들을 무조건 1시까지 자기집으로 모이도록 B에게 다그쳤다는 것이죠.

 

이런 내용을 확인한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아이들이 벼룩시장 바자회는 그냥 아이들끼리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보람되고 재밌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지 무슨 장사나 영업을 하기 위한 것인가요?

코묻은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팔고 그것을 사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저 흐뭇한 마음 한가운데 가슴이 짠한 것을 느꼈는데..

 

도대체 아이들이 이런 행사를 하면서 벌면 얼마를 벌고, 또 계산착오나 손해를 보면 얼마나 보겠습니까? 

게다가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 자신들의 힘으로 번 돈 몇 천원을 방방에 가서 놀고 음료수도 사먹고 하면서 다 써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나름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 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저 말의 의미는 자기 아이가 바자회에서 번 돈이 없는데 이것은 나머지 네 친구들이 자기 아이의 돈을 썼거나 부정한 행동을 했다고 의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 아이에게 혹시라도 만약 이런 연락이 또 오게 되면 가족끼리 약속이 있다고 하고 B의 집으로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중에 B라는 친구가 집전화로 직접 전화가 왔더군요.

약속이 있다고 하는 딸아이에게 B라는 친구가 '가족 약속이 몇 시인지, 언제 나가는지, 어디 가는지 등'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바람에 제 아이가 몹시 난감하고 짜증스러워 어쩔줄 몰라 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안되겠다 싶어 제가 전화를 바꿔 받았습니다. B라는 아이의 엄마와 직접 통화를 할 생각이었죠.

  

 

<통화내용>

I : 내가 ○(제 딸아이)에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 때문에 그러니?

B : 아니, 저.. ○랑 어제 바자회 했던 다른 세 친구들 모두 우리 집으로 오라고 엄마가 그래서요..

I : 왜?

B : 제가 어제 바자회에서 번 돈이 없고 거스름돈도 안맞는다고..

I : 그래? 그럼 너희 엄마 바꿔줄래? 어제 내가 너희들 데려다 줄 때까지 함께 있었으니까 얘기해 줄께.

B : 엄만 교회가셨어요. 그래서 교회 갔다 올 때까지 친구들 불러 놓으랬어요.

I : (이때부터 머릿 속에서 스팀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냉정을 유지하고..) 그럼, 그 이유가 친구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거니?

B : ...

I : 나는 네가 너희 엄마한테 어떻게 말씀드렸는지 궁금한데 얘기해줄래?

B : ... 아뇨.. 전 그냥 어제 갔다 왔서 별 말 안했는데 엄마가 보고 거스름돈도 안맞고 번 게 없다고..

I : (!!!) 어제 너희들 각자 번 돈은 각자 가지고 각자 썼잖니! 방방도 가고 군것질도 하고 인형같은 것도 사고.

B : 네..

I : 그런데?

B : 그런데도 엄마가 거스름돈도 부족하다고..

- 이때는 순간 정말 열이 받기도 했어요.

(바자회 물건은 3천원 이상은 못팔게 되어있는데 혹시 엄마들이 와서 만원짜리 낼 수도 있으니까 저도 아이에게 거스름돈 하라고 성당 헌금할 때 쓰는 천원짜리 지폐 신권과 5백원짜리 몇 개를 주었죠.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들도 돈을 쓰며 놀면서 거스름돈과 번 돈을 분리해서 딱딱 맞출리가 있나요?

설령 그렇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입니까?)

하지만 일단 내색하지는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I : 그렇다면 너희 엄마는 친구들을 무조건 의심하시는 거니?

B : .. 아니, 그게, 저..

I : 솔직히 어제 바자회 즐겁게 잘놀고 즐겁지 않았니?

B : 네

I : 내 생각은 이렇단다. 너희들이 어제 즐거웠으면 된 거야. 너희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손해본들 너희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 바자회를 했던 것이 아니란다. 친구들과 함께 색다른 경험도 하고 오랜만에 함께 신나게 놀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

B : 네. 그런데 우리 엄마가..

I : 우리 ○도 거슬름돈이 맞는지 어떤지 잘 몰라. 그리고 너희들이 얼마를 쓰면서 놀았는지 일일히 다 모르잖니?

그리고 주일이면 거의 모든 가족들이 약속이 있단다. 함께 놀기 위해서도 집에 오라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이런 일로 무조건 오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도 좀 기분이 좋지 않단다.

네가 엄마에게 다시 잘 말씀드리고 혹시라도 너희 엄마가 납득을 안하시면, 어제 내가 함께 있었으니까 직접 나에게 전화하라고 알려드리렴.

B : 네..

- 통화 종료 -

   

   

  

부모의 그릇된 주관과 이기심으로 인한 잘못된 인성교육 

 

이번 일이 간접적으로 접한 경우이고 결코 심각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어도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B의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B를 교육하고 어떤 생각으로 다른 친구들을 오라고 한 것일까요?

현실적인 경제개념을 확실하게 교육시키면서 아무도 믿지말라는 교훈을 주려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자기 아이 이 외의 다른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내키는대로 여기고 자기 아이만 절대 손해봐서는 안된다는 심보일까요?

  

바자회 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나와보지도 않은 B의 엄마가 다른 아이들을 무조건 오게 해서 따져봐야겠다는 그 동기가 참 안쓰럽습니다.

 

모처럼 아이들로 인해 즐거울 수 있었던 마음들도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몹시 무거워졌습니다..

아이들의 정상적인 교우관계에도 부모의 그릇된 주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아이들의 우정보다 손익관계를 따지도록 가르치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보니 마음이 너무도 안타깝고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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