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맑은탕과 애틋한 신혼의 기억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 맑은 송어탕 해주려고 무지개송어를 구하러 다녔던 남편
제가 딸아이를 임신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남편은 어디서 들었는지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을 구하겠다며 잉어를 구하러 나간 적이 있습니다.
가물치나 잉어를 푹 고아서 먹으면 임산부에게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커다란 잉어를 사러 갔습니다. 가물치는 출산 후에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잉어 한 마리만 사러 간 것이었죠.
그런데 그날 남편은 빈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막상 사려니까 잉어를 믿지 못하겠다네요.
어려서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잉어가 1 급수에 사는 민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요즘처럼 오염이 많이 된 자연산을 사다 먹는 게 찜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수익성도 별로 없는 잉어를 양식하는 곳이 흔할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그냥 그런가 했는데 얼마 뒤 남편이 바람이나 쐬자고 해서 따라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파주에 있는 임진강 폭포어장이었습니다.
어장이라는 이름대로 커다란 송어양식장인데 더 오래전에는 무지개송어는 물론 향어, 잉어도 키우고 판매도 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무지개 송어만 가득했고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오는 유원지처럼 조성이 되어 있었죠.
양식장 물도 폭포 계곡처럼 계속 흐르는 물을 유지해서 깨끗했습니다.
임진강폭포어장에는 송어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었고 야외 행사장에서는 송어회 축제, 허브축제, 물고기 먹이 주기 등 이런저런 이벤트도 열리곤 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가보았는데 최근에는 무지개송어 외에 철갑상어도 양식하더군요.
그때 오랜만에 바람도 쐐도 맛난 것도 먹고 송어도 2마리 사가지고 집에 오니 남편이 서투른 솜씨로 한 마리는 오븐에 굽고 한 마리는 송어맑은탕을 끓여 주었습니다.
송어탕이 임산부에게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나 봅니다.
그 뒤로 얼마 후에 드라마 식객에서도 이 송어맑은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요즘에는 얼음 빙어축제니, 송어축제니 하는 행사가 부쩍 많아진 것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도 지나다 보면 이런 현수막을 보게 되는데, 어느덧 추운 겨울, 설날, 정월대보름도 다 지나고 얼음이 녹는 포근한 봄기운이 다가오는 듯합니다.
파란 새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주말엔 자주 바람 쐬러 다녀야겠어요. ^^;
그러고 보니 아이가 어렸을 때나 그 이전에는 자주 바람도 쐬고 많이 돌아다녔는데 최근에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예전의 임진강 무지개송어와 맑은송어탕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라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담백한 송어맑은탕 레시피
일단 송어맑은탕 요리에 관한 전문적인 포스팅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
맑은 송어탕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이 참고해 주세요.
-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국물을 우려냅니다.
- 파뿌리와 무를 넣어 담백하고 시원한 풍미를 가미해 주세요.
- 무가 익기 시작할 때쯤 손질한 송어를 넣어주세요.
- 배추, 미나리, 표고버섯 등의 야채를 넣어주세요. (요맘때쯤 파뿌리 부분은 건져내 주세요)
- 정종이나 맛술, 그리고 생강즙을 약간 넣어줍니다. (생선탕은 뚜껑을 열고 조리해야 하며 맛술을 넣는 것도 알코올로 휘발성인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생강즙도 마찬가지인데 생강즙을 너무 많이 넣으면 독한 생강냄새 때문에 요리 자체를 망칠 수도 있어요)
- 기호에 따라 소금 간을 하시고 (청량) 고추나 된장을 풀어 넣는 것도 괜찮습니다.
- 송어탕은 물이 좋아야 제 맛이 우러납니다. 수돗물을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1급 약수가 좋지만, 생수나 정수물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송어는 대부분 회나 구이로 많이 드시겠지만,,
드라마 식객에 등장했던 맑은 송어탕은 깨끗하고, 영양가도 높아 임산부에게도 좋은 음식이랍니다.
남편이 신혼 당시 제가 임신했을 때 정작 자기가 잉어보다 더 안전할 것 같다고 송어를 찾아다녔던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때의 남편 모습이 지금도 여전히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
p.s...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에게 다시 뛸 수 있는 용기를 드리겠다"는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믿고 새로운 기대를 해보고 싶습니다. 부디 그렇게 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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