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이 조금 전 끝난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남녀 매스스타트 경기는 우리나라의 이승훈과 김보름이 각각 초대 챔피언 금메달을 노린 전략 종목이었는데 예상대로 이승훈은 금메달, 김보름은 살짝 아쉽지만 (지난 시즌의 부상 악재를 감안하면) 그래도 값진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한국 남자 빙상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출전한 이승훈은 거의 모든 종목에 출전하는 강행군 속에 감격적인 금메달을 획득한 것에 비하면 김보름은 사실 거의 매스스타트만을 주종목으로 염두하여 출전한 선수였습니다.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던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부문에서는 국제적으로 꽤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견제가 심했고, 남자 부문에서의 정재원과 같이 서포트 해줄 수 있는 동료의 조력도 없이 이루어낸 은메달이라 금메달 못지 않은 의미를 가질만 합니다.

 

하지만 김보름은 당당하고 밝게 웃지 못했습니다.

은메달 확정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큰절을 하면서도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시상대에 올라섰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이 얼마 전 벌어졌던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막판에 노선영만 떨어뜨려놓고 박지우와 먼저 들어와 소위 '왕따 논란'의 주체로 지목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설령 자업자득으로 기인한 상황이라고는 해도 '이런 최악의 여건 속에서 과연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어쨌든 외로운 레이스를 펼치는 가운데서도 최선의 노력으로 은메달을 획득했으니 이 자체만큼은 격려받을만 합니다.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면 김보름 또한 매스스타트 올림픽 초대 챔피언으로서 금메달을 따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듭니다.

 

사실 팀추월 경기 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고, 우리 빙상계에 도대체 어떤 고질적인 병폐들이 존재해 왔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만약 김보름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고 자신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면(이것이 중요하겠죠), '팬들 또한 김보름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의 용서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저 은메달을 땄으니까 그냥 좋게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라는 전제 하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끝까지 완주했으니 팬들도 이제는 분노를 가라앉혔으면 합니다.   

당연히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보름 잘못에 대한 과도한 국민적 분노는 자칫 또 다른 '왕따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김보름과 박지우의 선수 자격까지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50만을 넘었다는 관련 기사를 보았기에 든 생각입니다.

 

아무튼 이제 평창올림픽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올림픽에서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영원히 간직하고, 빙상계의 불미스러웠던 일들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雨後地實)'는 속담처럼 새롭고 단단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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