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율과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혼인 건수 30만 건 / 출생아 수 40만 건)

 

이와 관련하여 정부 산하의 보건정책 국책연구 기관이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저출산 원인이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하향 선택 결혼이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주] 선택적 결혼 : 소득이 높을수록 자신의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배우자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경제학 이론)

 

저출산-문제-관련-뉴스-보도
저출산 관련 뉴스

 

한 마디로 말해서 여자들이 시집도 빨리 가지 않고, 출산은 미루고, 쓸데없이(?) 눈만 높다는 거죠.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언론기관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결혼에 있어서 개인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스펙을 높여요. 결혼시장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 개인적인 영역을 사회가 가치관을 바꿔줌으로써 개인이 선호를 바꾼다면 좋은 영역과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논리로 과도한 스펙 쌓기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써 기업 채용과정에서 휴학과 연수, 학위 등을 불리한 요건으로 명시하고, 배우자를 찾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가상현실 같은 IT 기술을 대학에 보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출산-문제-관련-논란이-된- 연구원-인터뷰-장면
논란의 연구원 인터뷰

 

도대체 이 연구원은 과도한 스펙 쌓기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만약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저조한 복합적이고도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서 심도 있게 연구했다면 이러한 단편적인 주장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취업도 안 되고 기업들이 사람을 뽑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변별력의 기준만 강화하며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현실과 금수저가 아닌 다음에는 맞벌이를 해도 먹고살기 빠듯한 현실,

 

그리고 아이 하나 키우고 교육시키고 독립시키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힘든 대한민국 사회구조야말로 출산율 저하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어째서 정부 관련 당국만 외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요?

 

한심한-비혼-대책-보도-화면
이게 비혼 대책?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내놓는 출산율 정책이란 것이 주로 양육비 지원이나 신혼부부 부동산 지원 등과 같은. 단편적인 처방에 지나지 않다 보니, '얼마 얼마를 쏟아붓고도 실효성 없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뉴스보도나 관련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라는 곳에서 이처럼 공감하기 어려운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에 허탈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물론 이처럼 간 보기용으로 의심되는 황당한 견해가 정책에 반영될리는 없겠지만, 이러한 발언들은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일단 '고학력, 고소득 여성 어쩌고~' 하는 부분은 성차별적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고, 기업 채용과정에서 휴학, 연수, 학위 등을 불리한 요건으로 명시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 자체를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논란이-된-졸속-저출산-정책-관련-보도-화면
논란의 뉴스 보도 장면

 

아무튼 다소 황망한 주장이라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박하는 것조차 머쓱할 지경이어서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생각은 그저 다음과 같이 간단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출산율은 '적어도 앞으로는 이곳에서 내 자식이 태어나도 살 만하다'라고 느껴질 때 자연히 증가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심화된 양극화와 상대적 빈곤의 악순환 구조 속에서 아이를 가질 여유도, 돌보 여력도 없을 만큼 부모의 생존 자체도 고달픈 상황에서는 출산율이 당연히 증가할 수 없겠죠. (물론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욕해" 하는 부류들은 제외입니다)

 

그러니까 전시성 탁상공론으로 비칠 소지가 있는 실효성 없는 출산율 정책을 되풀이하지 말고 그만하고, 우선 구조적인 근본 원인들부터 파악하여 과감한 개선·개혁의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다리 걷어차기에 달인인 우리 사회 지도층들이 막상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말로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생아실의-갓난-아기-모습
신생아실 갓난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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