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조총과 화포의 연사능력을 각각 간과했던 신립과 와키자카, 그리고 그 결과...

  

  

피로 쓴 교훈.. 징비록!

서애 류성룡이 낙향한 후 임진왜란 전후의 참혹했던 상황과 반성, 그리고 후대의 교훈을 남긴 징비록을 소재로 한 KBS 토요 정통 사극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량해전에서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서애 류성룡의 회고 형식으로 시작된 징비록은 1·2화는 왜와의 조선 통신사 파견 문제와 동·서인 붕당 대립과 환국(각주[각주:1]), 그리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야욕이 본격화 되기 시작하면서 조선 최대의 환란, 임진왜란의 발발을 예고하는 긴박한 전개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징비록 2화에서는 대마도주 종의지(각주[각주:2])가 조선에 바친 왜의 신무기 조총 사격 시연 장면이 방송되었습니다.

조총의 위력을 보고 놀라는 선조와 류성룡에게 동지사 신립은 조총의 장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것을 두고 크게 염려할 것이 아니라며 선조를 안심시킵니다.

 

당시 신립은 태조 왕건을 도와 고려를 건국한 신숭겸의 후손으로 기병 500기를 동원, 여진족 여탕개 1만을 물리치는 등의 여진족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워 당대 조선 최고의 맹장으로 평가받던 인물로서 당시 조선에서는 드물었던 뛰어난 기마부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신립은 바로 자신이 이끄는 기마부대가 왜적이 조총을 장전하는 동안 능히 그 진영을 와해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큰 판단 착오였습니다.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양성된 왜의 조총부대는 기존의 장창부대가 지니고 있던 기마부대의 견제능력을 넘어 오히려 기마대의 예봉을 꺾는 전투능력을 지닌 정예부대였습니다.

 

그것은 왜의 조총부대가 장전 시간을 커버할 수 있는 순차적 대열을 구축하여 교대로 사격을 함으로써 마치 연사가 가능한 형태의 사격을 시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총 대열은 자칫 장전 시간이 지연될 경우 궁병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결국 왜의 신무기인 조총의 연사능력을 과소평가 했던 신립은 제승방략(각주[각주:3])으로 결집된 조선군 최초의 정예부대가 탄금대에서 거의 전멸당하는 참담한 광경을 보며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해전 경험이 별로 없었던 왜군 역시 조선 수군(실질적으로는 이순신 함대)을 과소평가 했던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는데,,

특히 와기자카는 조선 수군 함포의 연사능력을 간과했다가 한산해전에서 대패하고 제해권을 완전히 조선 수군에게 빼앗기면서 보급로 차단으로 인한 왜군의 전면적 퇴각을 초래하게 됩니다.

  

 

와키자카는 물론 조선 수군의 화포 위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함선의 숫적 우세와 속도를 앞세워 조선 수군이 화포를 재장전 하는 틈을 노려 판옥선에 접근한뒤 백병전을 펼치는 전술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죠.

  

조선의 주력선 판옥선은 평저선(각주[각주:4])으로서 제 자리에서 180도 선회가 가능하여 반대편 포대에서 이미 장전을 한 상태로 대기 했다가 발포함으로써 연사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산해전은 '학익진'을 시전하며 집중 포망을 형성하는 함대의 진법을 운용한, 당시 해전사에서 볼 수 없었던 해상 진법 포격 전술을 펼침으로써 와키자카의 일본 수군을 완전히 궤멸시켰던 것입니다.

  

 

이처럼 조선과 일본을 대표한 장수들이 각각 상대방의 주력 무기에 대한 연사능력을 간과하고 자신들의 장점만을 부각시켜 생각한 탓에 돌이킬 수 없는 패배와 크나 큰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징비록 2화는 이제 결코 멈추지 않을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한 전조를, 조선은 치열한 동서 붕당 대립으로 인해 목전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주적(主敵)의 존재를 왜곡하게 되는 역사의 교훈을 예고하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1. (각주) 환국 : 대대적인 숙청을 통한 정권 교체 [본문으로]
  2. (각주) 종의지 : 소 요시토시. 아즈치모모야마 시대부터 에도시대 전기까지 암약한 다이묘. 가문의 20대 당주이며 대마도(쓰시마) 후추 번의 초대 번주. [본문으로]
  3. (각주) 제승방략 : 독자적 지역방어체계인 진관 체제의 변형으로 나타난 독특한 방위 체제를 가리키는데,, 전쟁 이 일어나면 각 지방의 군사들이 미리 정해진 방어 지역으로 집결하도록 하고, 중앙 정부에서 파견되어 오는 지휘관들이 이들을 지휘하여 그 지역을 방어하는 방어 체제를 말함. 그러나 만일 패전을 할 경우 주력이 무너지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본문으로]
  4. (각주) 평저선 : 바닥이 평평한 배.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제 자리 선회가 가능하고 화포의 반동을 견딜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첨저선'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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