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44회 - 정도전과 이방원, 재상총재제를 둘러싼 왕권과 신권의 대립, 그리고 왕자의 난

  

   

정통사극을 표방한 대하드라마 정도전 44회에서는 재상총재제와 천도, 그리고사병혁파와 관련하여 마침내 정도전과 이방원이 노골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표면화하면서 이제 마지막 정점인 왕자의 난을 예고하며 종영 6회를 남겨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도전이 재상을 중심으로 한 재상총재제를 노골적으로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본정치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체제의 정비와 사병혁파를 통한 군제개혁, 후일 조선의 대법전이라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의 근간이 된 조선경국전을 편찬 등... 

정도전이 왕권을 견제하고 신권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개혁과 정치적 시스템을 마련하려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도전이 야심 충만한 이방원을 견제하고 다소의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방석의 세자 책봉에 찬성한 것 또한 건국초기 조선의 컨셉과 실권의 향배를 결정짓기 위한 첨예한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이며, 이는 결국  현실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정도전과 이방원', 즉 '신권과 왕권'의 대립이라는파국의 결말을 예고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에게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통치권의 주체만 다를 뿐, 지방토호와 군벌을 타파하여 분산된 지방권력을 회수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는 것에는 맥락을 같이합니다. 

  

 

드라마 정도전 44회에서 정도전과 이방원은 최대의 정치적 걸림돌이 된 상대에게 예기치 못한 변수를 이용하여 각각 하나의 정치적 타격을 가합니다.

정도전은 명의 도발에 대해 이방원을 명나라 사신으로 보내도록 하고, 이방원은 잠시 주춤했던 천도 문제를 거론하며 자신의 실력기반인 사병혁파에 대한 논란을 유보하는 시간을 확보하려 합니다.

  

 

아직까지 실권을 장악하지 못한 이방원이 이처럼 정도전의 정치적 타격을 막아내며 권토중래[각주:1]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하륜의 등장 때문입니다.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이성계에게 정도전이 있었다면, 이방원에게는 하륜이라는 책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하륜은 이방원으로하여금 피할 수 없는 명나라 파견을 자청하도록 종용하여 이성계으로하여금 이방원에 대한 앙금을 털어내도록 함과 동시에 이성계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던 천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이방원에게 시간을 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방원을 명에 보낸 정도전은 이제 뜻하지 않게 등장하여 자신의 허를 찌르는 이방원의 책사 하륜을 상대해야 하는 형국이 되어 마치 축소판 제갈량과 사마의[각주:2]의 대결을 보는듯합니다.

  

(그런데 종영을 얼마 난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성계에게 있어 마치 번쾌[각주:3]와도 같은 존재인 이지란이 있었듯이 이방원에게도 이숙번이 있었으나 드라마에서는 아직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차기 왕권을 노리는 왕족과 기득권들에게 있어 정도전의 급진적 개혁과 세자 책봉 문제 등의 이러한 정황들은 차기 왕권을 노린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촉발시키는 직접적인 도화선이 됩니다.

그 결과 삼봉 정도전이 결국 태종 이방원의 세력에 의해 제거고, 과도 정권인 정종을 거쳐 마침내 강력한 왕권을 토대로 조선 건국의 기틀을 다진 태종이 즉위하게 되면서.. 조선조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 즉위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세습되는 왕권은 성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폭군도 등장하여 민생이 파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학연과 지연, 그리고 혈연을 배제하여 철저히 능력 위주로 관료를 선발하고 그 중에서도 덕망있는 자로서 선출된 집정대신인 재상이 통치하는 나라, 그리고 그러한 재상이 잘못하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도록 하여 민본정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

  

 

여전히 주권을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인 왕권을 인정하던 시기의 이러한 사상은 어쩌면 민주주의 사상이 등장하기 이전 가장 현실에 가까웠던 민본주의의 이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1. 땅을 말아 일으킬 것 같은 기세로 다시 온다는 뜻으로, 한번 실패하였으나 힘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옴을 이르는 말. 항우가 유방과의 결전에서 패한 일을 읊은 두목의 '오강정시'에서 비롯 [본문으로]
  2. 중국 삼국 시대 위나라의 군사, 정치가. 자는 중달. 조비의 유언을 받아 명제 및 제왕을 보좌하였고, 특히 촉한의 제갈공명을 오장원에서 막아내며 제갈량의 출사표 의비를 의도를 꺾기도 했음. [본문으로]
  3. 중국의 전한 초기의 무장. 한고조 유방과 같은 패현 사람. 유방과는 동서지간이기도 하며, 역발산기개세의 항우와 비교 될 만큼 괴력의 소유자로 유방의 거병 이후 유방을 따라 무장이 되고 선봉에 서서 수많은 공을 세운 인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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