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의 마지막 술잔, 그리고 붉게 떨어지는 고려의 별 [드라마 정도전 38회]

  

     

드라마 정도전 38회의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40년 지기 정도전과 정몽주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고별의 이별주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정도전을 참형에 처하라는 재가를 받아낸 정몽주는 비록 정적이긴 하나 오랜 벗이었던 정도전을 두 사람이 자주 함께 했던 곳에서 마지막 술잔을 나누며 오랜 은원에 대한 짧은 회환을 나눕니다.

  

 

그리고 대의명분을 위해 그리고 각자의 신념을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참담하고 원망스런운 현실 앞에 마지막 인사를 하며 함께 한 없이 흐느끼는 정몽주에게 정도전은 정몽주의 건승을 빌며 마지막 술잔에 대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운명은 그리 오래지 않아 완전히 뒤바뀌게 되며, 정도전 또한 먼 후일 이방원에 의해 패자의 기록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실제 역사에서 두 사람이 고별주를 마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통사극을 표방한다고는 하나 드라마의 이러한 극적인 연출을 통해 시청자들은 실제의 이야기보다 더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성계가 사냥 도중 중상을 입고 칩거하는 사이 정몽주·이색의 반격이 시작되고, 위기감을 느낀 이방원이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도모하는 사건은 실제 역사와 같은 내용입니다.

  

'대의의 반대는 불의가 아니라 또 다른 대의'라 했던 정도전은 끝까지 정몽주만은 도모하지 않았으나,,

오직 미약한 왕권의 존재로 겨우 지탱되고 있던 고려에 대한 충성이란 명분만으로 이성계와 정도전을 상대해야 했던 정몽주는 이성계의 낙상을 계기로 정적들에 대한 반격을 고삐를 더욱 당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하륜의 충고대로 과도한 악수(惡手)가 되어 스스로에게 큰 화가 미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다음 회차에서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고려의 충신으로 죽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방원에게 전하라"란 말을 남기며 절명하는 모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고려의 만고의 충신이자 고려의 마지막 별은 이렇게 떨어지고,, 정도전의 민본정치에 대한 이상이 펼쳐질 조선 건국의 서막이 서서히 오르게 됩니다.

   

   

역사에서는 조선이 건국된 이후에도 이색은 생존하였고 정몽주는 충신으로 추앙되었습니다.

  

반면 정도전은 조선 건국 공신으로서 이성계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지만, 태종 이방원이 제위에 오른 이후 권력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은 표본이 되고 맙니다.

  

조선 건국을 방해했던 포은 정몽주는 충신으로 존중했으면서도 오히려 공신이었던 삼봉 정도전이 이처럼 폄하되었던 것은,,

차기 왕권을 이을 세자 책봉과 관련하여 정도전이 바로 이방원의 정적이 되었던 것과 질서를 존중하는 성리학을 이념으로 건국된 조선은 이제 역성혁명보다 왕권강화와 충성심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방원이 정몽주에게 보낸 '하여가'

   

즉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 만고의 충신이자 왕권을 수호하려 했던 정몽주와 역성 혁명가이며 민본정치를 표방했던 정도전을 차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있어 결국 최후의 승자는 태종 이방원이었으며,,

정몽주, 정도전, 그리고 왕자의 난을 통해 형제들을 도모하고 형식적 과도 계승자 정종으로부터 결국 왕위를 넘겨받은 태종은 왕위에 오른 이후에도 귀족들의 사병을 혁파하고 중앙군을 장악한 뒤 실질적으로 대마도 정벌을 단행하여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왕권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태종이 있었기에 우리 역사상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를 수 있게 되었고..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세계 최고의 디지털 문자인 한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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