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조금 오래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참신한 상상력과 재미있는 스토리, 그리고 아름다운 오르골 선율이 깃든 OST를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의 명작입니다.

  

 

   

 

제 딸아이가 어렸을 때 치히로의 행동을 흉내낼만큼 무척 좋아하던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도 친근하면서도 매우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해준 추억의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센과 치히로를 다시 보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쓰게 됐어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서 그저 이 작품세계가 전해주는 재미있는 요소들과 저의 감상들을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잊지말아야 할 이름의 의미와 자아 정체성

    

센과 치히로는 모두 이 영화에 등장하는 12살 주인공 소녀의 이름입니다.

치히로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고 센은 유바바가 계약할 때 치히로에게 붙여준 이름이죠.

토속신들을 위한 온천을 운영하는 마법할멈 유바바에게 속박된 하인들 중에서 오직 치히로(센)만이 자신의 본명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자아 존재감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죠.

 

   

치히로 외에 유바바의 통제 하에 놓인 다른 하인들은 모두 자신의 본명을 잊어버림으로써 존재감과 정체성마저 상실한 채, 오직 유바바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치히로를 돕는 유일한 존재인 하쿠마저 자신의 이름을 잊은지 오래입니다.

  

  

나중에 치히로에 의해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하쿠는..

자신이 육지으로서 한 때 어린 치히로와 조우했던 강의 주인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각성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게 되며,, 

치히로는 자신의 이름을 잊지않고 기억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물론 유바바에 의해 돼지로 변했던 아빠와 엄마를 끝까지 해내고 가족을 지키게 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가족애와 자연환경의 소중함

  

이 작품이 가족애에 대한 특별한 감동의 메세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치히로가 유바바에 의해 돼지가 되어버린 엄마와 아빠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모습과..

사납고 괴팍한 마귀할멈 유바바가 아기이면서도 덩치는 괴물같은 손자에게 어쩔 수 없이 쩔쩔매는 보통 할머니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 등은..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한 가족애의 여운을 잔잔히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치히로에 대한 집착과 세간의 탐욕을 먹고 비대해진 괴물로 변했던 가오나시 역시 결국은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롭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면서..  

가족과 동료가 없는 외로움이 극단적인 집착과 탐욕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가오나시를 통해 가족애와 동료애의 따스함을 대비하여 표현하고 있어요.

 

다행히도 치히로와의 동행을 통해 외로움에 대한 치유와 더불어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인 제니바가 거두어 줌으로써 안식처를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게다가 미처 몰랐던 뜨개질에 대한 재능도 발견해서 유바바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제니바의 가족이 되는 것 외에도 덤으로 노동의 신성함까지 알게 된 것이죠.

  

  

또한 센과 치히로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들 또한 재미있는 볼거리 제공과 함께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데요,,

  

 

자신이 주인으로 있던 강이 오염과 난개발로 없어져 유바바의 속박에 매인 하쿠, 온갖 오물을 다 뒤집어 쓰고 유바바의 온천을 찾아온 어떤 하천의 주인이 산더미같은 오물 덩어리를 없애준 치히로에게 답례로 쓴 경단을 주는 장면,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푸른 숲과 강,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를 반영하듯 자연과 환경에 대한 소중한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답니다.

  

  

토테미즘이 결합된 동양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상상력

  

센과 치히로의 매력은 동양적 토테미즘이 가미된 몽환적이고도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발현된 장면들입니다.

 

토템신들이 휴식을 즐기러 오는 '토속신들의 전용 온천 휴양지'라는 공간적 발상과 이곳에 등장하는 온갖 신기한 캐락터들..

그리고 매우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극중 풍경들은 친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선사해주는데,,

이는 마치 언젠가 꿈 속에서 지나치듯 보던 풍경들이거나, 지금 막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난 직후 잊기 힘든 인상적인 모습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호반위를 흘러가듯 달리는 열차, 그리고 간이역의 신비로우면서도 어디선가 본듯한 아련한 풍경들..

온갖 산해진미와 동양적인 휴양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유바바의 온천, 

제니바의 초막으로 가는 숲길과 치히로 일행을 인도하는 가로등 캐릭터, 

시골 산중턱에 오래 방치된 옛 터널처럼 현실 세계의 산속에 숨겨진 또 다른 세계의 통로, 異界의 동굴 등..

  

 

이들 모두 센과 치히로를 처음 본 이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는 장면들입니다.

  

물론 이 밖에도 신비롭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발산하는 독특한 이미지와 재미있는 발상들도 센과 치히로를 더욱 재미있게, 그리고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요소들입니다.

 

 

한가지의 예를 들자면,,

악독한 유바바와는 달리 쌍둥이 언니이면서도 푸근하고 자애로운 제니바,

평소에는 외롭고 나약하지만, 상대방의 탐욕에 의해 흉측한 괴물로 변하는 가오나시는..

선과 악, 그리고 외로움의 나약함과 탐욕의 경계라는 양면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센과 치히로는 다시 볼 때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와도 같은 매력적인 코드를 발견하게 된답니다.


여유로운 주말 저녁 차분한 시간에 아이와 함께 볼만한 가족영화로서 센과 치히로는..

한 번 본 이들로 하여금 잠자리에서 듣는 오르골의 선율처럼 오랜 여운을 남겨주는 애니메이션 秀作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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