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사회에서 명절이 갖는 의미와 명절과 관련된 가족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어느덧 구정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덜하긴 하지만, 명절 때가 다가오면 방송매체에서는 어김없이 '아름다운 한국인의 명절 문화와 가족의 정'을 테마로 한듯한 멘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죠.

  

바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이 명절을 맞이하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들이 모이는 귀향문화는 정말 한국인을 비롯한 몇몇 유교문화권 사람들이 아니면 쉽게 공감하지 못할 애틋한 느낌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아주 솔직한 일면을 들여다보자면..

현대 한국사회에서 명절이 갖는 의미와 가족문화는 이제 더 이상 마냥 애틋하고 따뜻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명절증후군'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하면 이제는 성별과 세대차를 불문하고 명절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본래 명절의 취지가 이런 것이 아닐텐데 왜 이런 현상이 증가하는 것일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은 아마도 '형식에만 치우친 나머지 가족간에 따뜻한 가족애와 진정한 배려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사는 농경사회 유교적 전통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명절은 분명 가족간의 따뜻한 시간이 되어야 하고 특히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야 하는 시대에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오랜만에 대가족이 모여 따듯한 가족의 정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명절의 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제사와 차례상차림를 준비해야 하고 남성들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명절 연휴 직전까지 더욱 바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고 학업에 시달리거나 취업하지 못한 학생과 젊은 청년들은 명절 모임 때 가족 친지 대면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경우가 빈번한 것이 목전의 현실입니다.

  

 

   

 

으례 그래야 한다는 형식이 본래의 취지를 잠식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명절증후군이 아닐까 합니다.

제사와 전통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난다는 설레임이 우선되려면 서로에 대한 아주 작은 배려심과 형식에 구애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입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명절 때가 되면 오히려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시아버님께서는 결혼 전에 이미 별세하셔서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만, 저의 시댁도 시아버님께서 장남이셨기 때문에.. 남편이 장남·장손이라 제사·차례를 지냅니다. 

시동생 내외와 시누이는 물론 숙부님들 식구들도 모두 명절이 되면 차례를 지내러 오시거든요.

   

그런데 저의 시댁의 경우는 명절 때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습니다.

  

1. 제사음식 준비는 무조건 형제가 다 모였을 때 시작한다. 

함께 시작해서 함께 끝내는 것이 습관적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오기로 한 형제가 다 모일 때까지 먼 길 오느라 힘들었을테니 그냥 쉬고 있는다.

  

2. 다 함께 일하고 다 함께 쉰다.

남자들도 같이 전을 부치고 밤을 까며 함께 준비하거나, 아니면 애들을 본다. 

  

3. 제수음식은 명절 당일 먹을 수 있는 분량만 준비한다.

음식 싸주는 것, 싸가지고 가는 것은 하지 않는다. 전이고 떡이고 막상 싸가지고 가봐야 잘안먹기 때문에 여러모로 낭비이기 때문이다.

 

 

4. 명절 당일 이후에는 처가(친정)에 방문한다.

시어머니께서 명절 당일 오후부터 먼저 챙겨 주셔서 좋습니다.

  

5. 제사 횟수를 줄인다.

추석, 구정 제사 외에는 시댁식구끼리만 모여 간단한 차례나 카톨릭 추모의식으로 대체할 것이므로 시숙들은 오시지 않는다.

 

6. 가족계를 활용한다

비용은 매월 일정액을 불입하는 형제계에서 지출한다. (저희가 큰집이라 액수는 제일 큽니다. ^^;)  

  

그리고 명절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인 형제들, 즉 가족끼리 재미있게 노는 것입니다.

  

차례 음식도 간단히 장만하고, 명절 전날 모두 함께 하니까 준비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다 보니..

아이들은 사촌형제들끼리 신나게 놀고, 

초저녁이면 가족끼리 술도 한 잔 하고 동양화 패도 쪼고 (>.<  ㅠㅠ), 

밤늦게 간식 사다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아침 차례가 끝난 명절날이나 그 다음 날에는 가까운 곳에 바람도 쐬러 갑니다. 

요즘엔 명절 당일에도 영업하는 레저공원이나 식당도 많거든요.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어떤 때는 명절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평소에는 각자 사느라 바빠서 찾아보기도 힘들거든요.

  

하지만 처음부터 이러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남편과 시어머니께서 가족 명절 분위기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일관되게 하신 끝에 지금과 같은 명절 분위기를 갖게 된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오랫동안 맹목적으로 정해져 오던 형식의 틀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어요.

차례상의 제수음식 배치도 올바르지 않으면 한 마디 하시는 시숙들의 반응도 역시나 냉랭했었죠.

 

심지어 결혼한 둘째 시동생 내외가 개신교에 입교하여 제사에 참석은 해도 절을 하지 않아 시숙들과 갈등을 빚자 결국 참석을 안하던 때도 있었어요. (이 부분은 남편이 주도적으로 시동생과 시숙들을 설득해서 시동생이 반드시 참석은 하되 절은 하지 않더라도 함께 도열해 있도록 절충했어요)

  

이러한 틀을 고쳐나갈 수 있었던 계기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신 시어머니와 남편이었어요.

 

'명절은 가족이 즐겁게 모이는 것이 우선이고, 제사는 그 다음이다. 조상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다'

'청년시절 개신교 신자셨다가 오랜 세월 냉담하셨던 아버지(제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카톨릭에 입교하신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시아버님께서는 당신의 종교를 선택하시면서도 장남으로서 가족의 전통적 절차를 존중하기 위해 고민하셨던 것이었죠.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글에서 남편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어머니와 첫 차례잔을 올리는 장손인 남편이 한 뜻으로 일관되게 이해를 구하고 실천한 결과 시숙들도 모두 동의하고 이해해 주셨어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만,,

구정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으로써 명절의 의미에 대한 단상을 대신할까 하여 제 블로그의 '사람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피플&피플 스토리)'에 한 번 끄적여 보았습니다..

  

다가오는 설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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