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

기생충에게 정신을 조종당하는 인간

철저히 유린당하는 숙주로서의 인간성 상실...

       

  

연가시 (2012)

  

   

연가시...

  

유선형동물문, 연가시강에 속하는 철선충류인 연가시는,

물 속의 유충이 1차적으로 모기유충을 감염시키거나, 물가의 풀밭으로 이동한 뒤 사마귀나 메뚜기와 같은 곤충숙주몸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연가시는 곤충을 잡아먹는 송어나 개구리, 뱀장어 등을 생식할 경우 인체에도 감염이 된다고 추정하지만, 곤충과 달리 위산이 많은 인간의 소화기관에서 생존할 확율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연가시가 수 십만번 이상 인체에 들거리면서 회충과 같이 인체에 처절히 적응하며 운좋게 살아남아 번식하기 이전까지는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될 확율은 98% 불가능하다고 한다.

     

호랑작가의 '연가시' 웹툰 원작

      

물론 나머지의 2%가 현실화 되는 순간, 감염율은 100%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연가시'는 바로 저 2%의 가능성에 인간의 추악하고 더러운 이기심으로 생겨난 변종을 모토로 설정하여 치사율 100%의 살인기생충 연가시를 탄생시켰다.

 

 

인간의 의지와 정신이 미물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한다?

  

이러한 화두를 던진 화제작 '연가시'는 인간을 조종하여 죽음으로 몰아넣고 튀어나오는 에이리언과 같은 존재에 실날 같은 현실성까지 보태어 한층 가중된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충격적인 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의 스토리인 공포영화를 만끽하며 남겨둔 앙금의 이면에서 의례껏 다행스러운 현실에 대한 깊은 안도감을 즐겨왔던 것과 달리 연가시를 보고 난 뒤에 여전히 남아있는 씁쓸한 두 가지 단상에 대한 부분이 바로 이번 포스팅목적이다.

 

인간의 고고한 정신과 의지마저 한낱 기생충에 의해 조종된다면?

 

영화 '연가시'는 한 마디로 인간 역시 일개 기생충에게 조종당하는 숙주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연가시는 산란을 위해 숙주인 인간마저 물가로 뛰어들어 죽게 한다.

그런데 '만약 연가시와 다른 특성을 가진 개체가 있어 인간을 폭주하게 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결과가 오히려 다른 존재에게는 좋은 쪽으로 발현된다면?'

그렇다면 결국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발전과 파괴가 모두 기생충에 의한 所産 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지구의 자가면역체계 발현에 의한 인간 말살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의 한 장면

        

이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만일 지구(자연)가 존재하기 위해 살아있는 존재라면, 지구는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자가면역체로 이러한 변종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이미 감염되었다?

   

영화 '연가시'에 대한 또 하나의 씁쓸한 단상은,

정의로운 가치와 양심이 실종된 채 마치 무엇인가에 의해 프로그래밍 된듯,

욕망과 이기심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적 병리현상들은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미 실체가 없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버린 우리들의 모습이 연가시에 의해 물가로 폭주하는 영화속의 모습들로 온전히 투영되어 있는듯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마지막 인간성에 대한 희망

   

영화 '연가시'에 대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듯 하나,

플럿과 대본의 완성도, 그리고 스토리 전개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好不好가 확연하다.  

(이러한 부분은 관객 취향과 영화평론가들의 영역이므로 일단 가볍게 패스하고... ^^;)   

  

  

극중이 아닌 실제상황에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엄마로서 끝까지 정신적인 한계를 버텨내려 하는 경순(문정희 扮)과

어렵게 구한 치료제 윈다졸을 낯선 모녀에게 나누어 주는 재혁(김명민 扮)의 모습에서...

그래도 (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성에 대한 마지막 희망은 벌레가 아닌 인간이기에 발휘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희생과 이타적인 惻隱之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도 극중이든 현실이든 온전히 버티려 했던 이들마저 감염되어 버리는 순간, 모든 것은 완전히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지켜내야 할 '가치의 매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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