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高馬肥의 실제 유래와 의미

천고마비는 가을의 비상경계령

북방유목민족과 남방농경민족의 핏빛계절

  

   

天高 하늘은 높고               (시야가 탁 트여 시력 좋은 유목민들의 정찰·사정거리가 늘어난다) 

馬肥 말은 살이 올랐다.      (유목민들의 군마가 이 때를 위해 정비되었다)

그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 수확을 하여 거둬들이고 미처 수확하지 못한 곳은 모조리 태워버려 淸野의 들녘만 남겨둔다.

그리고 성문을 굳게 잠그고 양초와 군마를 정비하여 대기한다.

마침내 평원의 끝에서 흙먼지가 일어난다.

성곽의 병사들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봉화가 피어 오른다...

    

이것은 옛 중국변방의 긴박한 가을철 풍경을 가상으로 한 번 묘사해 본 것입니다.

 

북방유목민족은 기마민족인 우리의 선조들을 제외하고도 서하, 흉노, 거란, 말갈 등 다양한 유목민족들북방에서 발원, 할거하여 중원을 침략하중국을 직접 지배하거나 꾸준히 괴롭혀 왔습니다

      

    

天高

  

그 중에서도 이러한 북방유목민족을 대표하는 몽고인의 시력은 지금도 세계 최고입니다.

도시인들이 아니면 지금도 평균 2.0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해가 땅 위로 지는 지평선의 녹색평원과 푸른 하늘...

그렇게 먼 곳을 바라다 보며 주시하던 매의 눈을 가진 유목민족들이 바로 몽고인입니다.

이들에게 天高, 즉 맑게 탁 트인 가을하늘은 바로 계절적 변화를 일컫는 말이며, 그야말로 시야가 더 넓게 확보되는 천혜의 계절이기도 하죠.

   

한 마디로 이들이 적을 정찰하는 위치는 적이 이들을 볼 수 없는 거리입니다. 시력차가 극명한 것입니다.

     

또한 활을 주력으로 하던 이들에게 守城戰을 펼치는 남방중국인들을 상대로 건조한 북서풍을 빌어 火攻을 통한 攻城戰을 펼칠 수 있는 전략적인 계절이기도 합니다. 

         

    

馬肥

  

유목민들의 주식은 양고기와 염소젖으로 만든 유제품입니다.

(치즈의 기원은 유럽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인 것은 아시죠?)

말젖으로는 귀한 대접을 하거나 잔치때 쓰는 馬乳酒를 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도 말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쟁과 사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군수물자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전쟁이란 부족간의 세력전 외에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하는 농경민족들을 침략해 수확물을 약탈하는 것입니다. 

  

유목민족들은 이 때를 대비해 말을 잘 관리합니다. 바로 살을 찌운다는 표현인 것이죠... 

   

   

한 마디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란 평화롭고 풍요로운 의미와는 정반대의 기원을 가진 것'입니다.

'일종의 계절 비상경계령에 해당하는 용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남방농경민족인 한족은 해마다 이러한 북방유목기마민족들에게 늘 시달려야 했습니다. 

중국인들의 북방에 대한 극심한 히스테리는 명나라 때까지 축조한 만리장성이라는 大役事를 통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지금 우리에게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은 평화롭고, 풍요롭고, 심적·물적 여유가 넘치며 사색하기 좋은 계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의미도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생업에 지치고 명절증후군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여름 폭염과 사나운 태풍도 사라지고 들녘의 곡식은 여물어가는 가운데...

그래도 가끔은 한층 높아진 푸른하늘을 바라다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기도 하고,

아울러 이러한 기운을 만끽하며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것 또한 한 번쯤 꼭 필요한 일상이 되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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