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주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퇴근을 하고 귀가한 지 좀 되었는데 비교적 가까운 동네에 사는 회사 후배 A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어요.

 

"언니, 괜찮으면 술 한잔 할래요?"

'술? 술 잘 못하는 애가 웬 술? 뭔 일이 있나 보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옷 갈아입고 동네 치킨집에서 만났습니다.

생맥주랑 닭다리 뜯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가 싶더니...

"언니, 나 요즘 너무 힘들어..." 하면서 본론을 트기 시작했어요.

 

이야기인즉,

A의 남편이 실직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A와 연애 때는 남부럽지 않은 중견기업의 대리였는데 부친이 별세하자 장남으로서 졸지에 어머니와 동생 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답니다.

그래서 A의 남편은 할 수 없이 퇴직을 하고 적성, 비전과는 무관하게 남은 가족들을 위해 단지 수입이 좀 더 많은 가업을 이어받았는데, A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A의 남편과 거의 이 맘 때쯤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고용-지원-센터-내부-전경
고용 지원 센터 전경

 

그 가업이라는 것이 지분으로 참여하는 주류도매업인데 다행히 몇 년 전부터 막걸리 경기가 좋아져서 인수 당시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부친의 동업자들이 자꾸 농간을 부리고 대기업의 시장진출, 지역 트러스트가 깨진 이후부터 누적된 외상대금 때문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지분을 넘기고 정리를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A부부의 시동생, 시누이도 결혼, 취업을 해서 한시름 놓긴 했지만 문제는 남편의 직장이었습니다.

A 남편의 나이가 이미 30대 중후반으로 적지 않아서 재취업하는데 아주 어려웠다는 것이죠.

 

다행히 경력을 인정받는 곳에 취업이 되어 1년 만에 부서장도 되고 나름 다시 기반을 잡는 듯했지만 돌연 회사의 PB사업부가 폐쇄되는 바람에 부하직원들을 정리하고 퇴직을 해야 했답니다.

문제는 이제 40을 넘은 A의 남편이 더 이상 취업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경력을 살려서 하려고 하는 곳은 사양산업군인지 몰라도 오히려 계속 감원추세이고 눈높이를 낮추면 오히려 이전 경력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제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경력으로 오래 다니지 않을 것 같고 나이가 많아 통솔하기가 부담스럽다'라는 것입니다.

 

결국 개인사업에 손을 댔다가 빚을 지기도 했고 취업연령제한 없다고 하는 곳에 지원을 해봐야 실제로는 연령제한을 하고, 생산직과 같은 직군에서는 아주머니가 아니면 40대 이상은 뽑지도 않고, 해외영업관리를 했었으니 산업기술도 없고 하다 보니 A의 남편은 자신감마저 잃고 많이 위축된 모습으로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고용-센터-실업급여-창구-출입구-전경
공용 센터 실업급여 창구

 

A의 넋두리 중에서 지금까지의 세세한 과정들과 시댁 식구들과의 반목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다 빼고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남편이 노력하고 있고 힘들어하는 건 알지만 1년 동안이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있으니까 나도 정말 견디기가 힘드네..."

 

요즘 회사에서도 부쩍 힘들어하는 A가 헤어지기 전에 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 사회가 서로 의지하며 살기에,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기에 너무도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력해도 어려운 사회...  이것이 비단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네요...

 

저도 은근히 걱정되어 돌아왔는데 다음날(토요일) 공 차러 간다고 무척이나 여유롭게 축구화 닦고 있는 제 옆지기가 순간적으로 철딱서니 없이 태평스러워 보이더군요.

순간 괜히 부아가 나서 버럭 한 마디 던졌죠.

"지금 몇 시야? 축구화가 도대체 몇 개야? 당신 회사는 괜찮은 거야? A~C!"

 

나중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그때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대체 나한테 왜 그랬던 거야?"

 

문제아동은 '맞벌이 or 전업주부'의 문제가 아닌 부모의 자질 문제다

 

문제아동은 '맞벌이 or 전업주부'의 문제가 아닌 부모의 자질 문제다

"문제아동, 부모의 자질문제일 뿐, 부모의 생업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에 다른 블로거 분의 글을 보다가 그 분이 속상해 하던 일과 공감이 되는 내용이 있어 포스팅합니다. 글 올리신 분이 워킹

mary-a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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