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애니 리뷰]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왜곡된 세계의 복원프로그램을 가동하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극장판)

 

  

오늘은 비교적 가벼운 소재로 특이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소개합니다.

소개할 애니메이션 리뷰의 타이틀은  2010년 과천국제SF영상축제 초대작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입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SF 판타지 애니메이션  2010년  일본)

    

원래 TV시리즈로 방영되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TV판 스트로리와 이어지는 번외편으로서 전반부는 TV버전을 감상하지 못한 관객을 안배한듯 여러 갈래의 스토리 라인을 주인공 쿈의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진 프롤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으며 새로운 스토리의 전개는 劇의 도입부를 지난 초·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야기 전개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일단 주인공 쿈에 의해 비춰지는 스즈미야 하루히가 어떤 캐릭터의 등장인물인지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타 시놉시스는 하단의 포스터 이미지를 참고하세요)   

  

  

스즈미야 하루히는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그녀의 감정상태에 따라 세상을 왜곡되게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녀입니다.

변덕스럽고 괴팍하지만 우울한 감정을 싫어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늘 새롭고 특별한 일을 도모합니다.

  

하루히가 우울하게 되면 우주의 시공간이 왜곡되기 때문에 그녀의 주변에는 주인공 쿈을 제외하고도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능력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하루히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쿈은 하루히의 실종과 함께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 외에도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져 버린 세상 속에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페러렐월드 or 왜곡된 時空間>의 탈출

 

어찌되었든간에 다시 세상을 원래대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쿈은,,

'이렇게 변한 세상 속에 있는 자신의 존재가 페러렐월드로 이동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이 어느 시점, 어느 계기를 통해 틀어지고 왜곡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일단 뒤로 한 채, 모든 변화의 키워드가 되어버린 하루히를 찾아내야 한다는 일념에 온통 사로잡히게 됩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우연하고도 희미한 단서를 포착하여 마침내 하루히를 찾아낸 쿈은 새롭고도 근본적인 첫 번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물론 쿈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간과하고 지나갑니다만)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명제는,,

첫째. 현재의 상황은 쿈이 평행우주론에 입각한 페러렐월드로의 이동 때문에 발생한 결과물이다.

둘째. 현재의 상황은 쿈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원래 세계가 어느 특정 시점에서 왜곡된 것이므로 이를 인지하고 있는 쿈은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로 압축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경우는 모두 아래와 같은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 :

쿈이 페러렐월드로 이동한 이후, 쿈이 원래 존재했던 세계에서 쿈은 사라진 존재가 되기 때문에 그의 존재 차체와 그가 속한 세계까지 모두 왜곡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는 점. (복제되거나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우주가 아닌 것이 되어버림)

두 번째 경우 : 

만약 쿈이 세상을 복원하게 되었을 경우 왜곡된 세계에 존재했던 하루히와 그와 관계된 사람들의 존재가 소실되거나 왜곡되어 버린다는 점..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어떤 동기화에 의한 조작인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한 채, 오로지 뒤틀려진 세상을 복원해야 한다고만 생각해 왔던 쿈은 마침내 이 모든 상황의 열쇠가 된 하루히와 SOS단의 동료들 앞에서  나카토에 의해 세팅되어 그에게 던져진 복원 프로그램의 가동을 눈 앞에 두게 됩니다.  

    

  

  

<평범한 삶 vs 모험적인 삶>의 선택 

 

그러나 정작 목전의 복원프로그램의 작동을 앞두고 쿈을 망설이게 한 것은 위에 언급된 보다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갈등이 아닌, '과연 어느 것이 자신이 진정 원했던 세계의 삶이었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주인공 쿈은 돌연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며 다음과 같은 갈등을 하게 됩니다.

  

'이전 세계에서 하루히의 예측불허 행동에 휘둘려 정신없이 전전긍긍했지만, 세상의 비밀을 경험하는 모험적인 삶의 살았던 SOS단원 생활이 그리운 것일까?

그러나 지금 이 세계에서도 하루히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전 세계에 대한 기억만 지워버린다면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을 그대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정감있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진정한 세계일까?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느 것이 진실된 세계인지, 어느 것이 올바른 세상인지' 근원적이면서도 매우 짧은 선택의 순간에서 마침내 쿈은 결국 복원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엔터키를 클리어 합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변수.. 감정..>

 

시공간이 뒤틀려버린 시점으로 이동하게 된 쿈은 자신이 페러렐월드로 이동한 것이 아니란 사실과 시공간의 왜곡을 수정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나카토)가 결국 시공간을 왜곡한 주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저 기계적인 존재였던 그녀가 심각한 나비효과와도 같은 '시공간 왜곡'이라는 오류를 작동함과 동시에 아울러 이를 복원할 백업기점을 남겨두게 된 단순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단서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컴퓨터의 레지스트리와도 같이 오래 누적되어 원래 프로그래밍 된 목적과 다른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이성을 마비 시킬 수도 있는, 그래서 때로는 바람직한 결과의 여부를 개입시킬 수도 없는, 그러나 가장 인간적인 무형의 요소..

즉, 가장 인간적인 잉여 산물이기도 한 '감정'이란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마침내 복원을 방해하는 시스템적인 위기를 벗어나 결국 왜곡된 세계를 바로잡은 쿈은 익숙한 세상에서의 낯익은 존재들과의 교감을 통한 안락함을 만끽하며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일의 진원지였던 나카토와의 대화를 통해 이 세상을 움직이는 무형의 거대한 존재를 향해 우리 모두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밤 고즈넉한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건물 옥상의 일상적이면서도 거대한 파장을 담은 담담하고도 정겨운 몇 마디의 대화를 통해..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살아온 시점을 다시 한 번 재설정할 수만 있다면...'에 대한 상상을 원하시는 분께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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